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루저녀 사건’의 열기는 꾸준히 그 여파를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홍익대 입시 홈페이지를 해킹해 ‘루저는 입학하지 말라’는 글을 올린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루저녀의 발언은 타인을 고려하지 않고 불쾌하게 만드는 경솔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루저녀와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함께 비난받는 이 기괴한 광경을 보며 문득 우리나라의 사이버 윤리 의식에 의문이 들었다.

사회 속에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암묵적으로 사회가 정한 규범 속에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사회가 둔 제한과 한계를 따르고 있다. 그런 제한과 한계는 사회가 ‘혼자’가 아닌 ‘타인’과 함께 살아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공존하기 위해 타인을 의식하게 되고 어느 정도가 적당하고 사회에서 용납되는 수준인지를 배우게 된다. 그러나 ‘나’가 실존하는 현실과 달리 ‘나’를 감출 수 있는 새로운 세계가 있다.

현실과 달리 사이버 공간 속의 ‘나’는 여러 모습이 가능하다. 인터넷에서 만드는 수많은 ID처럼. 가상 세계 속의 타인에게 인식되는 ‘나’는 허상이다. 직접 대면하는 현실에서는 그 행동이 자신과 결부되기에 함부로 할 수 없지만 타인을 의식할 필요 없는 사이버 공간에서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사회적 규범을 벗어난 행동들을 마음 편히 해버리는 것이다. 인터넷 상의 도가 지나친 인격 비하와 비난을 모두들 앞에서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7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인터넷 이용실태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가구의 약 80%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 통신의 발전에 알맞는 이용 의식과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정립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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