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정치를 일컫는 ‘정관의 치’라는 말이 있다. 중국 역사상 가장 태평성대의 시대로 평가받는 중국 당 태종의 치세 기간을 일컫는 말이다. 당시 백성들은 길에 버려진 것을 함부로 줍지 않고 집집마다 대문을 잠그지 않았다고 하니 그 일화만으로도 얼마나 태평성대였는지를 알 수 있다. 당 태종이 이러한 명군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특유의 ‘듣기 능력’을 꼽는다.

언제나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신하들의 쓴 소리 역시 마다하지 않았으며 신하들과의 끊임없는 토론과 대화를 통하여 국정을 이끌어 나갔다. 이러한 소통의 문화 속에 ‘정관의 치’가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소통의 정치’는 중국이 아닌 우리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고의 명군으로 평가받는 세종대왕은 발언하기보다는 신하들의 의견을 듣는 것에 집중하였다. 이러한 세종대왕의 듣기능력은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가져다주는 힘이자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그 결과 세종대왕의 치세기간은 조선 역사상 최고의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기간으로 현재까지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고대신문 1면의 ‘2010년 안암 총 학생회 선거 시작’이라는 기사를 읽고 본격적으로 다시금 선거의 철이 되었음을 실감하였다. 수년간 학교를 다녀오며 많은 선거 인본들을 보았고 해마다 변함없이 ‘학우들과의 소통’을 슬로건으로 내걸며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았다. 하지만 대부분 결과는 ‘시작은 창대하나 그 끝은 미약한’ 형국으로 마무리되기 일쑤였다.

2만 학우를 대표하여 의사를 표현 및 실행한다는 점에서 총 학생회는 충분히 정치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중국 당태종과 세종대왕의 역사적 사례를 통하여 보았듯이 훌륭한 정치의 시작은 ‘구성원의 목소리에 얼마나 잘 귀기울이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그렇기에 총학생회의 방향은 ‘무엇을 이루어 내겠다.’라는 것보다 ‘어떻게 학우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라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제시와 수렴된 목소리를 어떻게 현실화 시키는가 여부에 집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당선 이후 총 학생회의 행보는 자신들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데에만 집중을 하였고 정작 학우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데에는 소홀히 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어떤 선거결과가 나오던 간에 당선된 선본은 향후 1년간 고려대학교 학생을 대표하고 책임지게 된다. 단순히 고려대학교 학우들의 얼굴마담이 되는 것이 아닌 ‘눈’과 ‘귀’가 되어 학우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총학생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동빈 (공과대 전기전자전파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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