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동계올림픽을 보면서 많은 놀라움을 느꼈다. 단순히 메달을 많이 따서 역대 최고의 순위를 달성해서가 아니다. 젊은 한국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것이다.

이들은 과거처럼 메달을 따면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국민과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세대가 아니다. 카메라를 보면서 자기만의 세리모니를 하고 시상식장에서 자신만의 춤을 신명나게 추는 세대다. 우리는 이들을 G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배낭여행과 어학연수 그리고 외국문화에 노출되어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개인주의적 삶에 익숙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이념 논쟁을 하는 세대가 아니라 탈이념적인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하여 즐기면서 공부하는 멀티태스킹 세대다.

사회는 G세대로 대표되는 젊은이들이 주도하고 있으나 현재 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자리에 있는 정치인과 정책집행자들이 처했던 사회는 달랐다. 대표적인 것이 386세대다. 주로 1980년대 대학을 다니던 이 세대는 개발도상국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글로벌화의 피해의식에 젖었고 따라서 글로벌화를 강하게 반대하였다.
이들은 종속이론 같은 이념적 도구로 무장하여 개인보다는 국가 그리고 멀티태스킹보다는 단선적 사고와 행동을 추구하는 세대였다. 그들은 세계를 중심부와 주변부로만 인식하는 이분법적 사고로 개방화를 반대하였으며, 국가의 장래를 자신의 일 이상으로 고민하던 세대였다.

386세대가 고민하고 극복하고자 했던 시대는 지나갔다. 경제발전 단계를 설명하는 지표인 1인당 국민소득으로 보면 대한민국은 세계 40위권이다. 그리고 소득분배나 빈곤지표를 보더라도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높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좋은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저소득국보다는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고도성장을 하면서도 소득분배나 빈곤이 악화되지 않는 빈곤감소적 성장(pro-poor growth)을 경험한 국가 중의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우리도 중심부에 있는 국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현재 사회활동과 미래사회의 중심을 반영하는 세대는 G세대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현실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는 세대는 G세대와는 전혀 다른 사회를 경험한 세대라는 모순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도 몇몇 정치인들을 보면 우리를 국제사회의 약자로서 개발도상국의 위치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소득분배가 나쁜 국가 중 하나로 얘기하기도 한다. 현실적 사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두 세대는 지속가능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탈이념적인 공동 목표를 가지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386세대와 G세대가 각 세대가 처한 위치에서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고 세대 간에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먼저 현재 우리 사회를 선도하고 있는 386세대는 현실의 경제 사회발전 단계에 부응하는 정책결정자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책과 제도의 입안은 기성세대들이 경험한 과거의 사회적 관념에 의해 결정할 것이 아니라 미래 우리가 처할 사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G세대는 다양성과 개성을 바탕으로 사회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강점이 있지만, 창조적인 일에 대한 저돌적 도전이 부족하다는 기성세대들의 충고를 주의 깊게 들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생하려는 노력이 뒤따를 때, 우리 사회는 탈이념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로 이전할 것이고 지속가능발전사회로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글/강성진 정경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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