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운동부 비리가 터졌다. 작년까지 축구부 감독이었던 김 씨가 심판을 17차례 매수하고 학부모에게 받은 운영비를 유용한 혐의로 18일 경찰에 입건됐다. 2009년 고연전 축구경기 심판도 매수됐다고 한다.

1차 책임은 감독에게 있지만 우리나라 학원 스포츠의 기형 구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돈을 내면서까지 경기에서 이기려는 감독이나 검은 돈을 받고 편파 판정을 하는 심판, 학부모가 감독에게 돈을 상납해야하는 현실 모두 비정상이다.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건전한 스포츠 문화를 선도해야할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돈을 받고 김 씨가 원하는 심판을 배정했다는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2008년 6월부터 시작된 김씨의 심판 매수를 전혀 알지 못한 체육위원회도 책임이 있다. 체육위원회는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가 끝나는 대로 결과를 공개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부모 운영비 또한 투명하게 운용하거나 아예 없애 감독이 개인적으로 유용할 여지를 없애야 한다. 체육위원회 수장이 자주 바뀌는 것도 문제다. 2009년 6월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나 체육위원장이 교체됐다. 자신 만의 체육위원회 운영철학 확립은 고사하고 운동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했을지조차  의문이다.

감독 임기도 재고해야 한다. 현재 운동부 감독은 본교 선수 출신이 1~2년 씩 맡고 있다. 성적에 따라 수명이 결정되기 때문에 단기간 승률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감독 선발과정을 강화하되, 최소 임기를 보장해 감독이 팀 체질을 개선하고, 자신만의 팀을 만들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 본부가 나서야 한다. 본교는 2008년 선수학습권 강화, 공정한 선수선발, 구타 금지를 선언하며 대학 최초로 체육위원회 비전을 선포했다. 이번 사태로 운동부 현실과 비전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게 드러났다. 본부는 선포한 비전에 맞게 운동부가 운영되는지 끊임없이 감시하고 조언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고려대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최선을 다한 축구부 선수들은 무슨 죄인가. 무엇보다 우리 모두는 2009년 고연전 추억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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