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중앙박물관은 살아있는 교과서다. 대부분의 유물이 박물관에서 직접 발굴한 것으로 높은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유물이 나온다. 경희대 중앙박물관의 간판 유물, 빗살무늬 토기다. 현재까지 출토된 빗살무늬 토기 중 문양과 형태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우리나라 선사유물 중 가장 잘 보존된 10개의 유물 중 하나다.

빗살무늬 토기와 민무늬 토기를 연이어 보며 무덤이 있는 옹관실로 들어갔다. 영암 내동리에서 발굴한 독널이 옹관실의 절반을 채운다. 지금까지 발견된 독널 중 가장 큰 규모로 길이는 약 3m에 이르고 전체 무게는 약 2~3톤이다. 이현태 연구원은 “당시 최고 지배자의 무덤으로 추정되며 발굴 당시 독널 안에 두개골과 갈비뼈도 함께 발견됐다”고 두개골이 전시된 유리관을 가리켰다.

다음 방으로 건너가자 전시관 한 가운데 팔각형을 이룬 청화백자가 보인다. 자세히 보니 갖가지 동물을 합쳐놓은 괴물이 그려져 있다. 이 유물은 ‘코끼리문 청화백자병’으로 역관이 들려준 코끼리 이야기를 듣고 화공이 상상 속에서 그린 그림으로 추정된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기록된 ‘소 몸뚱이에 나귀의 꼬리, 낙타 무릎에 호랑이의 발톱’으로 묘사한 코끼리와 유사하다.  

반대편엔 벽을 꽉 채우는 글씨가 눈에 띈다. 순조가 추사 김정희에게 내린 교지다. 조선시대 국왕이 관원에게 내리는 문서인 교지는 보통 손으로 펼칠 정도의 크기다. 그러나 김정희에게 내린 교지는 현존하는 교지 중 가장 큰 것으로 여러 장으로 구성됐다. 이현태 연구원은 “이 교지는 연구 주제 중 하나”라며 “김정희에 대한 순조의 신뢰가 두터웠으리라 짐작한다”고 했다.

전시관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어디선가 찬바람이 느껴졌다. 시베리아관의 에어컨 바람이었다. 모피 옷을 제외하곤 우리나라와 유사한 유품이 많았다. 긴 나무장대 위에 날아가고 있는 청둥오리를 올려놓은 ‘구와갓스(Kuogas)’는 우리나라의 솟대와, 통나무에 무표정한 얼굴을 조각한 ‘에메겟(Ameget)’은 우리나라의 장승과 비슷하다.

전시관의 가장 안쪽엔 기와의 머리 부분인 와당이 전시돼 있다. 경희대 중앙박물관은 80점 이상의 고구려 와당을 포함해 1000여점에 이르는 삼국의 와당을 소장하고 있다. 고구려 와당을 중심으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시대별, 시기별로 와당을 전시했다. 이현태 연구원은 “와당은 당시 주거문화의 변천과정을 알려주며 동시에 유적의 시대를 알려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다”며 “와당을 특화한 전시공간을 계획 중”이라 말했다.

올해 하반기엔 경희대 박물관 발굴팀이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서울 암사동에서 발굴한 유물총정리특별전이 열릴 계획이다.

△위치 : 경희대 중앙도서관 4층
△개관일시 : 월요일~금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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