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럼 곤란하지. 이렇게 어두우면 내 아름다움이 상대방한테 충분히 전달될 수 없잖아?”

한 부원이 멋들어진 목소리로 ‘다소 느끼한 악당’을 연기한다. 목소리로 ‘연기’하는 성우동아리 ‘On-Voicing(온보이싱)’을 찾았다. 
4일 백주년기념관 시어터룸(Theater Room), ‘천사소녀 네티’의 변신 주문에서 ‘아마존의 눈물’ 나레이션까지 대사가 적힌 종이 한 토막이 부원 스무 명에게 돌아간다. 해외 애니메이션·드라마·영화의 더빙공연을 하는 온보이싱의 연습은 단문연기로 시작했다.

 

단문연기를 하고 있는 모습
기자가 받은 대사는 일기예보였다. 부원들은 잘만 하면 즉석에서 캐스팅하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오늘 밤과 내일 아침에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안개가... 읔”

대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목소리가 갈라졌고 ‘배역 배분은 곤란하다’는 웃음세례를 받았다. 오은환(보과대 방사선07) 회장은 “단순히 대사를 읽는 것을 넘어 대사 속에 들어갈 숨소리나 감정도 상상해야 한다”며 “어떤 의미로는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셈”이라고 충고했다.

 

 신입회원 한상헌(문과대 인문10) 씨가 처음으로 ‘다소 느끼한 악당’ 연기를 펼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부원들의 ‘연기’는 프로급이었다. 맛집탐방 프로그램의 맛깔스런 음식 소개부터 다큐멘터리의 차분하고 깊이 있는 멘트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오은환 회장도 세일러문의 주문을 연기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 이러한 ‘단문연기’는 온보이싱 엠티의 꽃이다. 엠티에선 술먹기 게임인 ‘주(酒)루마블’이 아닌 ‘연기마블’을 한다. 주사위를 던져 도착한 칸에는 ‘술 몇 잔’이 아니라 연기할 대사와 상황이 적혀있다.

 

부원들이 연기마블을 펼치고 있다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난 뒤 본격적인 배역 배분에 들어갔다. 부원들은 맡고 싶은 배역을 얘기하고 어울리는 사람을 추천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선배가 배역을 맡고, 신입회원이 주연을 맡기도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최종환() 씨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배역을 맡은 부원은 다른 배역을 하나 더 맡는 식으로 균형을 맞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는 ‘남학생1’의 단역도 받지 못했다.

 

모임 내내 부원들은 끊임없이 대사를 읊고 연기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온보이싱은 어색하다 못해 썰렁한 연기도 웃음 소재로 삼는 곳이었다. 오은환 회장은 “온보이싱은 성우동아리를 빙자한 개그동아리”라며 “누군가를 성대모사하거나 연기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온보이싱은 한 학기에 두 번 공연한다. 3월 22일 홍보공연에선 티몬과 품바의 노래처럼 잘 알려진 작품의 일부를 발췌한 구성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6월 달 중으로 온보이싱 하계 정기공연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크게 휘두르며’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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