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녹색성장 정책을 미래 경제발전 전략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이후 정책의 개념 뿐 만 아니라 지향점에 대한 논란도 아직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논의된 바를 종합해 보면 녹색성장은 친환경기술,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를 통한 친환경적인 경제성장 달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너무 좁은 의미의 해석이다. 녹색성장 정책의 진정한 의미는 친환경적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이 동시에 달성가능하다는 인식의 변화를 통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로써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경제·사회 발전 전략을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노동과 자본 투입위주의 양적인 성장정책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양적 성장 위주의 경제발전 패러다임에서 탈피하여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선진국형 발전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성장과 분배, 성장과 환경 간이 상호 대립 한다고 인식하여 왔다. 하지만 이제 한국경제는 이들이 상호 보완적으로 윈-윈하는 선진국형 경제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러한 질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의식의 전환 또한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녹색성장 전략이 고려대학교에는 어떠한 의미를 전해주고 있는가? 요즘처럼 강제적으로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전근대적인 에너지 절약을 실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먼저 기업경영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요즘 많은 대학들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과거 전문대학에서 하던 역할을 대학에 적용하는 것이며,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반면, 최근 맥킨지 같은 세계적 컨설팅 기업들이 인문·자연과학 전공 출신의 인력을 채용하고, 단순 지식적용보다 창조성을 강조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미 조선, 철강, 반도체 등 주요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계 일류에 도달한 우리는 이제 혁신적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학내 구성원들의 사고도 시대적 흐름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고려대학교도 이러한 조류에 발맞추어 선도적 사고와 연구에 앞장서야 한다. 대학이 변화하는 사회 흐름에 맞는 전문적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연구의 독립성도 자신의 주장에 의해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의 인정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셋째, 학내 구성원들이 시대적 패러다임의 전환에 부응하기 위하여 이벤트성 혹은 양적인 성장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값비싼 건물을 지어놓고 학교시설을 과시하거나 대중 가수만을 불러 놓고 즐기려는 시도는 대학의 발전적 역할이 아니다.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신임교수들의 연구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박사과정 학생들의 공동 연구실도 미비한 것이 우리 대학의 현실이다. 단발성 이벤트나 외양만 번듯한 시설투자가 아닌, 진정한 연구환경 조성을 위한 장기적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녹색성장을 좁은 의미로만 해석한다면 정치적 용어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이 지향하는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이념적이고 대립적인 개발도상국형 사회에서 탈이념적이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의 선진국형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고려대학교도 이에 발맞추어 대학이 지닌 학문 추구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사회와 시대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는 노력을 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학교 당국과 학내구성원들 모두의 의식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이 고려대학교 구성원들에게 주는 녹색성장 정책의 진정한 메시지가 아닐까.
강성진 정경대 교수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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