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노사 간의 산업분규가 빈번하게 발생한 산업이나 직종이 있다. 지난 몇 년간에 현대나 대우와 같은 완성자동차 회사 뿐 아니라 발전, 화물연대, 대한항공 조종사, 지하철 및 철도회사의 노조 파업이 언론에서 자주 보도되었다.

1980년대에 상당수의 대학생들은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위장취업 등으로 참여하고 노동문제를 지원하려 했었다. 그 386세대의 자녀들인 현재의 대학생들은 그런 걱정보다도 취업 혹은 개인적인 고민들이 많다. 대다수 학생들이 알고 느끼는 노동문제는 어쩌면 사회과학 서적에서나 대학 내에서 교수협의회, 대학직원이나 용역직 노동자들의 노조를 통해서 경험하는 정도일지 모른다.

자본주의 경제에선 산업화 초기부터 이윤 증대, 시장점유율 확대, 생산성 증대를 추구하는 기업가와 생계 보장, 고용 안정, 사회적 자부심 등에 관심을 보이는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지속적으로 충돌해왔다. 가장 빠른 산업화를 이룬 영국에선 17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 자본가들이 충분한 공장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세 수백 년간 농촌에 머물던 중소농들의 토지를 몰수해 도시노동자로 만드는 인클로저 운동(enclosure movement)을 전개했다. 의류공장에선 10대, 죄수, 노인, 여성노동력을 활용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했고, 인쇄공과 같은 여러 숙련직종에서 숙련노동자 대신 비숙련노동자를 늘려 생산성을 높이려는 경영개혁을 지속해왔다. 이런 영국의 비인간적인 산업화는 노동자들의 이익을 노동자 스스로 지키려는 노동조합운동이 성장하게 했고, 또한 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모순을 통렬히 비판한 자본론을 쓰게 한 배경이 됐다.

이런 자본주의식 산업화는 미국에서도 재연되어 높은 이직률, 장시간 노동, 심각한 산업재해, 빈곤, 지나친 작업 속도, 잦은 실직, 작업 감독자의 횡포 등을 낳았다. 이에 대한 반발로 188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수십 명이 죽거나 부상당한 여러 건의 노사갈등이 발생했다. 노사갈등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국내의 의류, 섬유, 제약, 고무, 식품, 금속산업에서도 심각하게 나타났다. 잘 알려진 전태일의 분신 등이 발생했다. 중국에서도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동북 3성의 구공업지대와 남동해안의 신흥공업지대에서 빈번한 노사갈등이 발생했다. 올해 5월에 애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타이완의 전자회사인 팍스컨(Foxconn)의 중국 선전(深川) 공장에선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항의해 이직률이 높아지고 자살이 발생했다.

노사갈등의 필연성을 인정하고 노동자들이 공동의 조직을 만들어서 그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할 수 있게 한다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는 시각이 등장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조직, 교섭, 파업권을 법적으로 보장한 것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과 유럽 선진국들의 해결책이었다.

이런 노동법의 정신은 대학교수협의회나 직원노조에도 적용된다. 특히 소규모 대학의 경우 대학설립자들이 영리추구를 위해 대학을 운영하거나 자의적으로 운영하려는 횡포에 교수협의회가 교수들의 권익과 바른 교육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활동한다. 최근 선진국이나 우리나라에선 연예인, 프로야구선수, 레지던트와 인턴, 자유기고가 등도 협의회를 만들어 회원들의 이해를 지키는 추세이다.
대학의 직원이나 용역직 노동자들도 그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조를 만들게 된다. 본교를 포함한 여러 대학에서 경영 합리화, 비용 절감, 기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실에서 임금 삭감과 해고가 용이한 비정규직 형태의 노동자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고대생들은 졸업 후에 사무·기술직으로 직접 노조활동에 참여하거나 혹은 경영·관리직으로 생산직 혹은 저임금 직종의 노동자들이 만드는 노조를 접하게 될 것이다. 경제학이나 경영학에서 강조하는 기업의 경영효율성, 이윤, 지속적인 성장 등의 기준으로 보면 이런 노조활동은 억압되어야 하는 부정적 산물로 보인다. 하지만 위에서 논의한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사갈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엄연한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시각은 불완전하다. 노조활동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의 관점에서 그 문제를 보아야만 타협할 수 있는 해결책도 모색된다. 이것이 진정한 자본주의 민주국가에서 노사갈등에 대해 지도자 계층이 보여야 하는 성숙한 태도이다.
정주연 본교 교수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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