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칠 때 떠나라’ 라는 멋진 말처럼 박수를 받으며 떠나보고 싶었다, 취재부를.

학생의 역할과 기자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학업을 게을리 하기엔 다가오는 미래의 압박이 너무 컸고 취재를 게을리 하기엔 매주 월요일마다 심판대에 오르는 내 기사들이 부끄러울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나라면 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득 안고 수습기자의 여정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이번학기 본관기자를 맡게 된 정혜윤입니다.’ 라는 인사와 생전 처음 가져본 내 명함을 건네는 일로 3월을 보냈다. 월요일마다 본관에 계시는 선생님들을 찾아뵙고, 기부식에 참여하고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밤을 새우며 기사를 쓰고 토요일에는 오자를 확인하는 일주일간의 계획이 몇 번 반복되고 나자 종간호가 나왔다. 솔직히 홀가분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수습기자의 여정을 준비하는 후배 기수 기자들을 보고 있자니 조금 더 열심히, 조금 더 성실히 하라는 조언들을 모두 쓰다고 제대로 삼키지못한 내 모습이 떠오른다.

 

함박눈 내리던 날,  총장실 나오며 한컷

 

호불호가 강한 나의 성격은 기사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재미가 있고 신났던 아이템은 취재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다른 기자의 아이템을 받거나 쓰기 싫은 기사를 맡게 되면 취재를 게을리 했다. 결과는 기사의 질의 차이보다도 기자 자신의 만족도에서 드러났다. 열심히 임했던 취재는 기사가 조금 부족해도 뿌듯했던 반면, 반대의 경우에는 내가 쓴 기사임에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예전에 교육 후 감상문을 쓰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 기사를 사랑할 줄 알아야한다고. 사랑해서 온갖 애정을 다 쏟아 부어야 비로소 내 기사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취재부에 있는 동안 나는 몇 개의 기사를 진심으로 사랑했는지 솔직히 의문스럽다. 마지못해 사랑한 것은 아닌지 새삼 내 이름을 달고 나온 기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뉴미디어부 정기자가 되었다. 다음 학기 종간호가 나올 땐, 박수치며 떠나고 싶다, 뉴미디어부를.     

 

▲ 인사동 쌈지길에 남기고 온 고대신문 0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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