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동안 클래식을 향한 열정을 지켜가고 있는 모임이 있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아리 ‘고려대학교 관현악단’이 바로 그곳. 멀리서 들려오는 악기선율을 따라 학생회관 6층에 있는 연습실을 찾았다.

 

 

단원들은 여러 무리로 나뉘어 연습을 하고 있었다. 바이올린을 들고 있던 임종인(문과대 국문08) 씨는 “악기별로 인원수도 다르고, 종류도 많아서 전체연습전에 반드시 파트별로 연습한다”고 말했다.

그를 따라 바이올린 파트 연습에 참가했다. 어릴 적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했다는 바이올린 파트 수석인 임 씨는 “다들 늘 하던 데로 밝게 웃으면서 활을 그으세요”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단원들을 지도했다.

기자도 바이올린을 들고 연습에 참여했지만 악기를 잡는 것부터 어려웠다. 간신히 자세를 잡고 활을 그어도 정확한 음을 제대로 내지도 못했고 너무 힘을 줘서 그런지 팔이 금방 아팠다. 한 단원이 옆에서 “팔의 모든 힘을 빼고 긋는 게 핵심이에요”라고 조언했다.

 

파트별 연습이 끝나고 단원들도 4.18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전체연습을 시작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플루트, 팀파니가 한자리에 모여 지휘자의 사인에 맞춰 연주했다. 지휘자 김영언(남 41세) 씨는 능숙한 솜씨로 여러 악기의 선율을 하나의 하모니로 만들어냈다. 선화예술고등학교에서 지휘를 담당하는 그는 "학생들의 음악을 하고자하는 열정과 애정이 대단해서 4년 가까이 관현악단과 함께 해 오고 있다"며 “프로에서도 볼 수 없는 열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단원들의 연주 실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재원(법과대 법학07) 악장은 “원래 음악을 하던 단원도 있지만 악단에 들어와 처음 악기를 잡아본 단원도 많다”며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어 하던 단원도 결국엔 관현악단의 전통인 끈끈한 정과 연습으로 극복한다”고 말했다.

관현악단은 신입부원 선발 때 오디션을 보지 않는다. 음악을 진정으로 하고 싶은 열정만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단원들은 경험자와 미경험자가 서로를 도와가면서 정도 쌓고 연주실력 도 늘어난다고 믿는다. 관현악단에 들어와 처음 악기연주를 해보았다는 이현승(문과대 심리09) 씨는 “베토벤바이러스를 보고 마냥 오케스트라를 해보고 싶어서 들어왔다” 며 "처음엔 연주를 잘하지 못해 위축됐지만 단원들과 친해지고 함께 연습하면서 실력이 급격하게 늘었다" 고 즐거워 했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연습은 저녁 9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관현악단은 8월 28일 전주소리문화회관과 9월 2일 인촌기념관에서 정기연주회를 할 예정이다. 방학 내내 연습한 그들의 노력이 더위에 지친 고대인에게 시원한 클래식 바람을 안겨다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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