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을 마치고 활짝 웃고 있는 티그리스 선수들. (사진=황세원 기자 one@)

매주 일요일과 화요일 밤이 되면 본교 아이스링크에는 수십 명의 남자들이 커다란 가방과 긴 막대기를 들고 나타난다. 그들은 일제히 링크장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으며 서로 안부를 묻는다.

얼핏 보면 수상해 보이는 이들은 아이스하키 동아리 ‘티그리스(Tigris)’ 멤버들이다. 재학생부터 졸업생, 교수에 이르기까지 아이스하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뭉친 그들은 서로를 형, 동생으로 부른다. 올해 1월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장민호(공과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티그리스는 교수와 재학생, 졸업생 모두가 하나 되는 곳”이라며 “나 역시 이곳에 올 땐 교수가 아니라 학생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고대신문은 지난 14일 밤 이들의 아이스하키 훈련에 동참해 몸으로 아이스하키를 느끼고 돌아왔다.

티그리스의 한 선수가 퍽을 날리고 있다. (사진=황세원 기자 one@)
아이스하키는 거칠고 넘어지기 쉬운 경기의 특성상 몸을 보호해주는 보호 장구가 한 아름이다. 모든 장비를 갖추고 거울을 보면 미식축구와 비슷한 모양새가 된다. 연습이 시작되자 선수들은 장구를 갖추고 일제히 빙판으로 내달렸다. 장구를 갖추느라 시간이 지체 된 기자 역시 급히 빙판에 올라섰다.

멋지게 아이스하키를 배우고 돌아오겠다는 당초 계획은 시작부터 산산이 부서졌다. 아이스하키의 기본은 아이스스케이팅이지만, 아이스스케이트를 한 번 밖에 안 타본 기자가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는 건 무리였다. 얼음 위에서 혼자 춤을 추고 있는 게 불쌍했는지 강승리(문과대 영문05) 씨가 다가와 “발목이랑 허리 세우고 시선은 항상 정면을 봐야 해요”라며 조언을 해줬다. 특히 정면을 보는 건 앞에서 오는 선수와 부딪혀 큰 사고로 이어지는 걸 방지 해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어떻게든 하라는 대로 해보려 했지만 발목을 세우면 허리가 굽혀지고 허리를 세우면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어설프게 흉내를 낼 수 있게 되자 ‘항아리’라는 아이스하키 기초기술을 배웠다. 양발을 항아리 모양처럼 옆으로 벌렸다가 다시 오므리는 기술이다. 보기엔 쉬워보였는데 양발이 벌어졌다가 모아지지 않고 쭉 찢어진다. 다들 능숙하게 타는 걸 보며 아무리 연습해도 늘지 않는 스스로를 탓하고 있는데 비슷한 실력의 선수가 보였다. 2주 전 티그리스에 새로 들어 온 권순재(대학원·체육학과) 씨다. 권 씨는 “아이스하키는 퍽을 다루는 기술이 겉보기와 달리 섬세하다”며 “이제 2주 밖에 안됐지만 앞으로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몸을 푼 선수들은 연습게임을 시작했다. 한 조당 5~6명 씩 2~3조를 만들어 몇 분 씩 돌아가며 경기를 치렀다. 기자 역시 경기에 참여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링크장을 질주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눈으로 쫓는 것만도 벅찼다. 경기 내내 움직였지만 우연히 근처로 온 퍽을 한 번 친 게 전부였다.

연습게임이 몇 차례 반복되자 체력이 바닥났다.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어 한 타이밍 쉬려하자 따끔한 충고가 뒤따랐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렇지. 4명이서 경기를 뛰게 할 셈이야? 아이스하키는 팀플레이가 가장 중요한 스포츠야” 엉덩이가 번쩍 들렸다. 힘들었지만 빙판 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4명의 선수를 보니 얼굴이 화끈해졌다. 아이스하키는 동료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연습게임이 끝나고 스케이트 훈련이 시작됐다.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것이지만 선수들은 4명 씩 일렬로 코너 돌며 진지하게 연습에 임했다.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지 오래된 선수들도 최대한 기본에 충실하며 발을 뻗었다.

1시간 30분에 걸친 모든 훈련이 끝나자 선수들은 일제히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쳤다. 헬맷을 벗고 상반신 보호구를 벗자 선수들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난다. 싸늘했던 아이스링크의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티그리스를 시작한지 이제 6개 월 째에 접어든 박철용(정경대 경제06) 씨는 “처음 시작했을 땐 힘들었지만 지금은 아이스하키의 스피드와 마초적인 매력에 푹 빠졌다”며 “아이스하키를 할 때면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티그리스는 현재 신입회원을 모집 중이다. 차가운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뜨거운 정을 느끼고 싶다면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지원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티그리스 홈페이지(kutigris.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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