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사회에 대한 대학생의 무관심이 학내 대의체계까지 흔들고 있다. 학생 대표자(대의원)에 대한 일반 학생의 관심은 오래전부터 멀어져왔고,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 대표자의 대표의식마저 약화되는 추세다. 고대신문이 학생 대표자의 대표의식의 한 단면을 들여다봤다.

본교에서는 총학생회장단과 단과대학생회장, 과반학생회장이 모두 참석하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가 한 학기에 한차례 열린다. 매주 일요일에는 총학생회장단과 단과대학생회장이 참석하는 중앙운영위원회의(중운위)가 열린다. 또한 수시로 단과대운영위원회의가 단과대 별로 진행된다. 각 회의에서는 예․결산 심의 및 의결, 학생회 활동 방향, 사업 계획 심의 및 의결, 회칙 개정안 심의 및 의결 등 다양한 안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전학대회에선 1억원 가량의 학생회비 예산을 어떻게 집행할 지 논의되지만 학생 대표의 참여는 미미하다. 지난 학기 전학대회의 경우 총 대의원 94명 중 25명이 불참했고, 17명은 회의가 절반이 채 지나기 전에 자리를 떠났다. 회의에서 예산과 결산을 발표해야 하는 단과대학생회장들의 참석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과반학생회장들의 참석률은 64%에 불과했다.

중앙운영위원회의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열린 24차례 중앙운영위원회의 참석률을 분석해 본 결과 회의에 90%이상 참석한 단과대 학생회장은 공과대(92%) 뿐이었다. 참석률이 가장 낮은 단과대는 간호대(54%), 정통대(54%)였고, 조형학부(58%), 미디어학부(63%)가 뒤를 이었다. <그래프 참조>

일반학생을 대표해 참석하는 회의지만 개인적인 사정을 앞세워 불참하는 경우가 많다. 문지현 간호대 학생회장은 “임기가 지날수록 초심을 잃고 ‘한 주 쯤이야’라는 마음으로 불참한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곽우신 미디어학부 학생회장은 “중운위 회의 전에 단운위가 있어 단운위 회의가 길어질 경우 중운위에 늦거나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학기에 한 번 전학대회에 참석하는 과반학생회장은 자신이 회의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돼 회의 참여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다고 토로한다. 회의가 예․결산 발표와 심의 위주로 진행돼 과반학생회장이 의견을 낼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논의되는 안건이나 전학대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대의원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다. 김영주(자전학부 경제09) 씨는 “회의인원이 많다보니 의견을 꺼내기 힘들다”며 “10시간 이상 자리를 지키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러한 대의원의 태도를 문제삼는다. 정통대 10학번 김 모 씨는 “단과대 학생회장에게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할 만한 안건을 건의한 적이 있는데 공개된 회의록을 보니 회장이 1학기 내내 참석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정성(법과대 법학08) 씨도 “학생 대표자들이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고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대표자가 더욱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단과대회장들은 대의원 수가 부족하면 회의가 결렬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자분 공과대 학생회장은 “회의 참석은 대의원의 의무이기도 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참석하려 노력하는 편”이라며 “전학대회의 경우에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안건이 의결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학생대표들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종캠퍼스 전학대회는 2008년 하반기 이후 정족 수 부족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안암총학은 지난 상반기 전학대회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 전학대회 30분마다 출석을 체크해 참석률을 공개했다. 그리고 참석률이 높은 단과대를 우선으로 4.18 구국대장정 출발순서를 배정했다. 안암총학 측은 2학기에는 4.18과 같은 행사가 없어 학생대표의 참석률을 강제적으로 늘릴 방법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전지원 안암총학생회장은 “제재를 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대의원들의 책임감”이라며 “가장 큰 제재는 일반 학우들의 관심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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