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나르시시즘
요즘 대학생들은 자기 일 외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학내문제에 대한 관심도 없다. 선후배 관계에서도 별다른 연대감을 느끼지 못하고 과거에 중요시 됐던 학과, 동아리 활동에 참여 또한 점점 줄어가는 추세다.

다양한 형태의 나르시시즘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 심리학과 진 트웬지(Jean. M. Twenge) 교수는 최근 대학생의 개인화 경향을 나르시시즘(Narcissism)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녀는 나르시시즘의 성향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사회전반에 퍼져있고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트웬지 교수는 나르시시즘의 증상이 책임감 결여나 정치 무관심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이 외모에 집중하는 것도 하나의 나르시시즘 현상으로 분석했다. 나르시시즘 정도를 알아보는 나르시시즘 성격 검사(NPI)에도 ‘나는 거울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라는 항목이 있듯, 나르시시스트들에겐 외모는 이목을 끌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다. 최근 대학생 사이에서 성형수술이 부쩍 늘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박상현(공과대 정보경영09) 씨는 “성형수술이 자신감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성형수술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질 숭배주의, 명품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나르시시즘의 한 모습이다. 이 역시 남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자기의 가치를 올리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진 트웬지 교수는 최근 학생들이 노력은 하지 않고 높은 학점을 원하는 것 역시 나르시시즘 한 단면이라고 해석했다. 자신의 학업성취 정도는 고려하지 않은채 무조건 A학점을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 교수에게 성적을 올려달라는 메일을 보내는 학생이 늘고 있다. 고영건(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존심을 높이려고 그런 메일을 보이는 학생도 있겠지만 자존심 때문에 못보내는 학생 역시 있을 수 있다”며 “그런 유형의 메일을 보내도 자기애적인 행동으로 해석 가능하고 유사한 상황에서 메일을 안 보내도 자기애적인 행동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보급돼 나르시시즘이 가속화된다는 견해도 있다. 자신을 알리는 것을 좋아하는 ‘퍼블리즌(Publizen)’이 늘어나는 것도 인터넷 보급과 관련있다. 현택수 교수(인문대 사회학과)는 “대학생 사이에서 인터넷은 이제 그들에게 뗄 수 없는 존재”라며 “또 다른 자아의 공간을 만들고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줬다”고 말했다.

고대생의 나르시시즘 점수는?

본교생 471명을 대상으로 한 나르시시즘 성격 검사(NPI)에서도 평균 점수가 18.8점으로 나타났다. 진 트웬지 교수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을 기준으로 13점과 15점 사이가 평균 점수이며 18점에서 20점사이의 점수는 유명인의 평균치다. 23점을 받은 임연수(문과대 인문10) 씨는 “평소 남들보다 자신감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점수가 낮은 것보다 높은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NPI검사는 △권위 △자기만족 △우월성 △착취 △자격 △허영심 △과시욕 총 7가지 세부항목으로 나뉘어져 평가된다. 이중 고대생은 우월성과 자격부분의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우월성과 자격부분은 5점 만점에 5점을 받았다. 우월성(Superiority)이란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지를, 자격(Entitlement)은 자신이 타인의 기대를 받고 있는지 여부를 묻는 항목이다. 한편, 권위는 3점 그리고 나머지는 1점을 기록했다.

일부 항목에선 많은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내가 세상을 지배하면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 될 것이다’라고 답한 사람이 71%(333명)였고, ‘난 성공할 것이다’라고 답한 사람은 75%(352명)였다. 반면, 과시욕부분에 해당하는 ‘나는 사람들이 내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을 때 화가 난다’라고 답한 사람은 20%(92명)에 불과했다.

나르시시즘 성격 검사에서 상위 10%의 그룹에 속하더라도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NPI 점수가 높다고 나르시시즘 성격 장애를 겪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즘 성격 장애를 판단하기 위해선 NPI검사뿐만 아니라 전문가와의 정밀 검사를 통해 정확히 진단받을 수 있다. 마음과마음 신경정신과 구로점 박성근 원장은 “나르시시즘 성격 장애를 정확히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장기간의 상담과 검사를 통해서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정적 나르시시즘

나르시시즘은 자기애를 넘어 자신에 대한 자학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띠기도 한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제레미 홈즈(Jeremy Holmes)는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지나쳐 자기혐오로 변질된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아에 대해 현실적 자아가 미치지 못해 자기 비관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이상과 현실 모습의 불일치는 분노를 느끼게 한다. 또한 그것이 반사회적 행동 혹은 자살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한 조승희 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영웅이 되길 꿈꾼 그는 “모든 이의 존경을 받고 싶어 그 일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진 트웬지 교수는 이를 나르시시스트들은 유명세를 위해서라면 폭력적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박성근 원장은 “병적인 나르시시스트는 자아에 상처받은 마음을 보상하고자 극단적인 방향으로 분노를 표출한다”며 “반사회적 행동은 물론 우울증 및 자살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적 나르시시즘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아를 잠재우기’이다. 전문가들은 자기 자신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자신에 대한 겸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줄리 엑스라인(Julie Exline)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겸손한 사람들이 나르시시스트들보다 자기를 지지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더 많다고 한다.

또한 자신에 대한 연민을 통해 나르시시즘이 부정적인 행태를 띠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자신의 이상적 자아에 미치지 못해 이런 현실을 부인하려고만 하지 말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보다 자신의 현재 모습을 받아들임으로써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 박성근 원장은 “병적인 나르시시즘은 자존감에 대한 방어에서 발생한 것인 만큼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대해 정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며 “장기간의 상담치료를 통해서 현실을 받아들이는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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