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이다. 지겹지도 않나보다. 이 ‘군대’라는 단어와 연관된 모든 문제에서 ‘이성’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고, 오직 ‘감정’ 만이 모든 것을 대체해 버린다. 모든 것은 결국 ‘여자도 군대 가라’ ‘남자도 출산해라’ 같은 소모적인 남녀성 대결로 귀결되고 만다. 정말 남

성들에게 있어서 군가산점제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지켜내야 할 최후의 보루인걸까?

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 이다. 대다수의 남성들이 감정적으로 동조하는 군가산점제의 부활은 스스로가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군가산점제는 소수만의 남성들만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남성들 스스로에게도 정말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군가산점제의 혜택은 병역을 필한 모든 남성들 중 오직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10퍼센트도 안 되는 소수의 남성들 에게만 주어질 뿐, 그 외의 직업을 택하는 90퍼센트의 군필자들에게는 혜택이 아예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군가산점제의 망령은 사라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남성의 감정과 피해의식을 살짝만 자극해도 바로 광기에 가까운 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돈도 안 든다. 바람직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는 모든 군필자를 위한 제도들(사회 적응 기간에 필요한 자금을 지급하는 제대군인 지원법 개정안, 제대 군인 학자금 융자 전액 무이자 지안, 군인에게 국민연금 수급권을 6개월 더 계산해 넣던 것을 군복무 기간 전부를 넣는 국민연금법 개정안, 현실적인 수준에로의 월급 지급액상향 등)을 시행하려면 꽤나 많은 예산이 필요한데, 군가산점제도는 병역을 필한 소수의 공무원 지망 남성들을 위한 오직 ‘제도’ 만을 통과시키면 끝이기 때문이다.

진정 군복무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받기를 원한다면, 오히려 군가산점제를 폐지하고, 언급된 대안들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전히 보수세력과 군은 어리석은 남자들의 광기를 동원하고 있다.

이성의 개입이 차단 된 감정의 문제이기에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질 생각을 않는다. 잠잠해졌다 싶으면 다시 스멀스멀 머리를 들이미는 이 군가산점제라는 망령은 도대체 언제

까지 계속될 것인가. 언제까지 남성들은 그들의 말에 놀아날 것인가.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범렬 문과대 사회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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