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대 안암총학생회장단 탄핵 학생총투표가 연장됐다. 이에 44대 총학 선거의 개표가 미뤄지고 며칠 더 고생하게 됐지만, 학생대표들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하다. ‘역사적인 순간’이고 학생 모두에게 투표율50%를 채워 투표를 성사시켜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중선관위는 결의 이틀 만에 임시전학대회를 열고 투표율이 많이 부족함에도 연장을 강행하는 등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열정을 보이고 있다. 대의원들도 앞다투어 이번 투표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탄핵 총투표 안건이 통과된 지난 임시전학대회에는 전체 대의원 78명 중 60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가해 근래에는 찾아보기 힘든 참석률을 보였다. 이러한 열정은 총학생회 역사상 최초의 ‘회장단 탄핵’ 투표를 실시하게 했다. 일반 학생들의 관심도 끌어 대표자 회의에 참관인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일종의 ‘기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학생사회의 모든 열정이 투표 성사에 바쳐지고 있는 지금,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세세한, 그러나 지켜져야 하는 부분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 중선관위는 문자로 의결을 하고 또 그것을 번복하는 등 미숙한 모습을 남겼고, 대표자회의와 재학생 커뮤니티에서는 반대를 하면 역적이라는 전체주의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또한 이 와중에는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온갖 술수가 있었다. 그러나 학생사회가 이렇듯 기성 정치의 모방품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는 거의 없었다.   

현재 차기 총장을 선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의 안암캠퍼스 학생대표는 사실상 공석이다. 하지만 이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도 없다. 본교는 총장을 결정하는데 학생의 의견을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소수 대학 중 하나인데 우리는 지금 스스로 아무런 고민도 없이 그 자격을 버리고 있다.

학생대표의 ‘막중한 책임’은 학생사회를 원활하게 운영하고 발전시키는 것이지, 책임자에게 낙인을 찍어 자정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사회의 시선이 보다 다양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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