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구좌읍’라는 지명은 첨단 도시의 느낌과 거리가 멀다. 제주도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라도 행원농공단지나 풍력발전단지 정도로만 알뿐, 그 이상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뻘 속에 진주가 있다. 구좌읍에선 전 세계를 움직일 신동력 연구가 한창이다. 바로 이곳에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연구단지와 실증단지가 구축되고 있다. 지금은 허름한 주택가와 공장들만 보이지만 한국스마트그리드 사업단에서 약 6000호(戶) 규모의 실증 단지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한 LG전자와 SK텔레콤을 비롯한 171개 기업이 12개의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총 예산 2395억 원을 투자하는 미래도시로 태어나고 있다. 고대신문은 지난 2월 10일에 스마트 그리드 준비가 한창인 구좌읍을 찾았다.

저탄소 녹색사회

현재 구좌읍에는 스마트 그리드 종합홍보관과 컨소시엄별 체험관이 자리잡고 있다. 행원리에 위치한 종합홍보관에 들어서니 직원이 파란색 형광빛을 내는 리사이클 스틱(Recycle Stick)을 준다. 이 막대기로 홍보관 내에서 배터리처럼 에너지를 활용하고 충전도 할 수 있다. 모니터 앞에 있는 구멍에 스틱을 꽂았더니 2030년 미래가 모니터에 펼쳐지며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전기 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가 보편화된 세상을 보여줬다.
한국스마트그리드 사업단은 신재생에너지 기술혁신을 통해 신성장동력 육성과 저탄소 녹색사회를 만드는 것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는 변덕스런 기후와 기존 전력망의 노후화로 인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힘들다. 하지만 스마트 그리드를 도입하면 신재생에너지원을 실시간으로 통제하며 운영할 수 있다. 기존의 전력망에 센서와 카메라를 설치해 전류와 전압, 그리고 온도와 풍속을 확인해 전력 수요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원을 지능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풍속이 약하면 태양광 발전소를 가동하고 풍속이 강하면 풍력 발전소를 가동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 에너지 공급이 한 층 안정적이다.

▲ 센서가 풍속과 풍향, 온도 등을 감지해 풍속이 약할 때는 태양광발전을, 풍속이 강할 때는 풍력발전을 가동한다.

한국의 스마트 그리드

스마트 그리드 사업에는 171개의 기업들이 참여한다. 홍보관 한 쪽 벽을 가득 채운 기업의 이름들은 스마트 그리드 사업에 대한 전국가적인 관심을 보여준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스마트 그리드 사업이 차세대 국가 동력 산업이 될 것을 예상한 것이다.
개별 체험관인 KEPCO 스마트 그리드 체험관에 들어서니 독특하게도 아랍어 안내가 준비돼 있었다. 한국전력공사 측은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한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향후 스마트 그리드 사업도 아랍계 방문자를 예상하고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 스마트 그리드 실현도시 조감도. 사진 왼쪽 아래의 태양열, 그 오른쪽의 수력, 사진 오른쪽 위의 풍력, 강 뒤쪽의 전신주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정전을 예방한다. ㅣ 황세원 기자 one@

자동차 충전도 스마트하게

전기자동차의 충전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일반 주유소와 비슷한 방식이었지만 휘발유가 아닌 전기로 충전했다. 전기 자동차는 스마트 그리드 연구 사업 중에서도 핵심이다. 전기자동차 상용화의 선결 과제로 배터리 충전이 꼽힌다. 스마트 그리드를 활용하면 전기충전소에서 전기자동차와 전력회사가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교환하며 전력을 충전 할 수 있다. 충전방식은 완속충전과 급속충전으로 나뉘며 충전단가는 전력 수요량 시간대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예정이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전기자동차 요금체계에 따르면 리터당 1726원을 기준으로 연비 15.1㎞/l 의 가솔린차(1399cc)와 8.1km/Kw의 전기 자동차의 km당 연료비를 비교할 경우 전기차의 1km당 평균 연료 구입비는 19원으로 가솔린차 114원의 17%라고 밝혔다. 홍보관 직원 문나은 씨는 “현재 제주도엔 총 9대의 전기 자동차가 돌아다니며 홍보관을 비롯한 제주시내에서 충전이 가능하다”며 “현재의 기술로는 완충 시에 90~100km 정도 달린다”고 말했다.

스마트홈 by 스마트폰

홍보관의 마지막 코스인 ‘스마트 홈(Smart Home)’에선 실시간 전기요금제를 맛 볼 수 있었다. 실시간 전기요금제를 도입하면 전기요금이 통신요금처럼 실시간으로 부과되고 사용량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이 방의 시간은 가상으로 흘렀다. 수요량이 많아 요금이 높은 시간대인 정오가 되자 사용자가 덜 필요하다고 설정한 전등이 자동으로 꺼졌다. 냉장고의 경우엔 일시적으로 전기 공급을 줄여 냉장 온도를 높였다. 다시 수요량이 적은 자정이 되자 원상복귀 되었다. 스마트 홈의 모든 전기시스템을 스마트폰으로 조절하는 점도 눈에 띄었다. 각 전자제품마다 전력 사용량과 요금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정보에 따라 유비쿼터스 방식으로 전자 기구들을 조정한다.

▲ 스마트홈에서 요금이 높은 시간대인 정오가 되자 사용자가 덜 필요하다고 설정한 전등이 자동으로 꺼졌다가 다시 요금이 낮은 자정이 되자 자동으로 켜진 모습 ㅣ 황세원 기자 one@

구좌읍을 떠나면서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 그 때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했다. ‘홍보관’은 ‘박물관’이 되고 또한 제주도의 해안도로에 유조차가 나타나지 않을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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