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에 담아주세요’
텀블러를 가지고 있는 사람 중 카페에서 이 말을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레 차를 마시거나 물을 떠 마시기는 하는데, 막상 카페에 가면 내게 텀블러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결국 대다수는 테이크 아웃을 할 때 텀블러 대신 ‘일회용 컵’에 커피를 담아간다.

일회용컵, 얼마나 쓰고 있을까
일 년 동안 학교 주변 카페에서 사라지는 나무는 1900그루에 이른다. 참살이길에 있는 ‘할리스커피’의 평일 종이컵 사용량은 평균 200개고, 정경대후문의 ‘빈트리’의 경우엔 평균 120개다. 본교 근처의 카페가 30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일 년 동안 학교 주변 카페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컵은 대략 180만여 개에 이른다. 또한, 2009년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일회용 컵 사용량이 대부분의 집계장소에서 전년도에 비해 증가했다. 특히 스타벅스의 경우 한 매장 당 세달 치 사용량이 1만 7427개에서 2만 5257개로 44.9%나 늘었다.
일회용 컵은 생산과정과 배출과정 양쪽에서 환경에 악영항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한 해 동안 천연펄프 8000 톤으로 종이컵 약 120억 개를 생산한다. 제작하는 데 이산화탄소가 16만 톤이 발생한다. 종이컵을 생산하기 위해 서울시 면적의 25%에 해당하는 면적의 숲을 벌거숭이로 만드는 것이다. 버려지는 종이컵 86%는 소각하거나 매립한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와 머그잔
‘카페 열풍’과 함께 일회용컵 사용이 늘어나자 환경부에서 2003년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했다. 다 쓴 종이컵은 반납하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업체들이 손님이 환불받지 않은 보증금을 판촉비나 홍보비로 부당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회수율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유로 2008년 폐지됐다.
일회용 컵 사용이 늘어나자 ‘자기 컵’을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부각된 게 바로 텀블러다. 텀블러는 환경을 지키는데 기여하고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어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박지형(문과대 일어일문09) 씨는 “처음엔 예뻐서 구입했지만 다양한 용도로 쓰다 보니 환경도 아낀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기컵 가지기 운동을 펼친 단체도 있다. 여성환경연대와 마리끌레르, 커뮤니케이션 우디는 지난해 ‘With a cup’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에서는 변정수, 박시연, 이천희 등의 스타가 사진 전시회를 통해 재능기부를 했다. 지정카페에서 텀블러를 빌려주는 ‘움직이는 컵’ 행사와 인증사진을 응모해 공정무역커피를 증정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여성환경연대 에코젠더팀 박진형 씨는 “기존 환경운동이 어느 것을 하지 말라거나 하라는 등 강한 느낌의 메세지였다면 With a cup캠페인은 부드러운 느낌”이라며 “텀블러나 개인 컵 하나만 들고 다니면서 얻을 수 있는 환경적 효과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게 정말 환경에 도움이 될까? 텀블러를 씻으면서 생기는 수질오염을 생각하면, 차라리 종이컵을 쓰고 버리는 게 낫진 않을까?
국내에는 아직 재활용 산업은 활성화 되지 못해 새로 사는 것이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척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질오염보다 매립 시 발생하는 악영향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여성환경연대 에코젠더팀 박진형 씨는 “물은 정화되지만 컵은 인간 수명보다 훨씬 오랜 기간 땅에 남아있다”며 “후손이 땅을 팠는데 썩지 않은 스타벅스나 파스쿠치 종이컵이 튀어나오면 어떤 기분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종이컵 내부의 코팅지 역시 문제다. 종이컵의 코팅지는 경질 폴리에틸렌 비닐을 고온으로 압축해 종이부분과 접합한다. 보통 상온에서는 독성물질이 나오지 않지만, 뜨거운 음료를 담을 때 생기는 환경호르몬과 화학물질은 소량이라도 신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텀블러 사용, 귀찮고 힘드신가요?
최근에는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가면 혜택을 주는 카페가 속속 증가하고 있다. 카페 입장에서도 종이컵 사용량을 줄이고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나 커피빈은 일정금액 커피 값을 할인해 주며 Ism에서는 샷 추가가 무료다.
텀블러 사용 인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카페에서 커피를 담을 때 사용하는 사람은 아직 드물다. 할리스 커피 고대 안암점 송인용 대표는 “보통 하루에 1~2명 정도만이 텀블러로 테이크 아웃을 해 간다”고 말했다.
텀블러를 구입했더라도 매번 씻기가 귀찮아 신주단지 모시듯 찬장 속에서 방치해 두거나 카페에서 텀블러에 커피를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조수정(인문대 북한10) 씨는 “무의식적으로 사먹는 커피는 일회용 컵이나 머그잔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는 것 같다”며 “쓰더라도 처음 몇 번은 물을 마실 때 사용할 뿐, 다른 용도로는 자주 활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의실을 찾아다녀야 하는 대학생들에게 자기 컵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귀찮다. 카페 안에서 커피를 마셔도 머그잔이 아닌 일회용 컵에 주문하는 학생도 많다.

한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 사람이 붐비는 강남역 주변의 거리 800m엔 종이컵 1125개가 버려져 있었다. 이는 한걸음마다 종이컵이 하나씩 버려진 셈이다. 대학가 역시 마찬가지다. 미화노동자가 파업했던 지난 8일, 가장 쉽게 눈에 들어온 것은 길 바닥에 굴러다니는 종이컵들이었다.
텀블러는 이에 대한 하나의 답 아닐까.

자료출처: 여성환경연대, 경향레이디, 경향일보, With a cup 블로그, 서울환경운동연합

▲ 텀블러 사용으로 환경과 건강 모두를 아낄 수 있다. /사진- 고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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