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금) 오후 7시 어둠이 깔린 캠퍼스, 대강당 뒤에서 느닷없는 연세대 응원곡이 울려 펴졌다. “앉고, 서고, 스탑, 뛰고 뛰고 뛰고…”

이날, 고려대학교의 ‘꽃’이라 불리는 응원단의 훈련에 참여했다. 기자가 찾아가자 훈련을 하기에는 기자의 복장이 불편해 보였는지 이태훈(문과대 철학07) 응원단장이 선뜻 자신의 연습복을 빌려줬다.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그는 “얼른 나가서 줄서야죠. 응원단에서 늦으면 혼나거든요”라고 말했다.

주춤주춤 걸어 나가자 모두 양 허리에 손을 얹고 왼발을 앞으로 내딛은 자세로 기다리고 있었다. 두 개의 가로등 빛에 의지한 채 “고대”를 크게 세 번 외치며 훈련을 시작했다. 마음가짐을 바르게 함과 동시에 우리가 응원연습을 시작한다고 알리는 의미다. 기자의 목소리가 작았는지 조정환(문과대 서문09) 부단장이 “전력!”이라고 호령한다. 부단장이 전력을 외치면 대강당 주위를 전력 질주하여 한 바퀴를 돌아야 한다. 함께 달리던 정진우(공과대 전전전10) 조단장이 “정신 바짝 차려야 돼요. 안 그러면 힘들어요”라며 기운을 북돋아준다. 한 바퀴를 돌고나니 기자라고 봐주지 않겠다는 말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다시 자리를 잡고 크게 “고대! 고대! 고대!”를 외쳤다.

응원동작을 익히기 앞서 몸 풀기에 들어가자 부단장이 “소라부터 진우까지 팔 벌려 뛰기 10회 시작”이라고 소리친다. “하나, 둘, 셋”구령에 맞춰 팔 벌려 뛰기를 10회 하고 멈추고 옆을 보니 기자를 제외한 단원들은 계속해서 뛰고 있다. 알고 보니 한 사람당 10회씩 구령을 붙이며 팔 벌려 뛰기를 60회 하는 것이었다. 기자가 구령을 붙이는 차례가 되자 다시 “전력”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열심히 대강당 주변을 돌고 오자 발바닥이 아리기 시작했다.

다음은 ‘엎드렸다 일어서기’였다. 목소리가 작았는지 다시 한 번 “전력”이다. 세 번째 돌고나니 몸에 열기가 돌았다. 자리로 돌아와 스트레칭을 했다. 발목, 손목, 허리, 목 등 관절을 잘 풀어줘야 부상을 입지 않는다.
스트레칭을 한 후 본격적으로 응원동작을 익혔다. 고려대 응원동작을 배워보고 싶었지만 이날은 25일에 있을 연세대와의 합동 오리엔테이션 때 보여줄 연세대 응원동작을 연습하는 날이었다. 맨 처음으로 나온 응원곡은 ‘원시림’이었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로 시작하는 노래는 팔을 위로 쭉 뻗어 박수를 치는 동작으로 시작한다. 남자와 여자 동작이 달라 서로 나눠 동작을 익혔다. 기자는 박자를 못 맞추고 허둥지둥 거리며 동작을 따라가기 바빴다. 기획진 최지현(사범대 가교09) 씨는 “그 정도면 잘하신 거예요. 연세대 응원곡이라 2년차인 조단장들도 헤매는 걸요”라고 말했다.

이어 △룩셈부르크 △연세여 사랑한다 △파란 등의 응원동작을 익혔다. 조정환 씨는 “연세대학교의 응원이 하나의 선처럼 흐른다면, 고려대학교의 응원은 하나의 점으로 딱딱 끊어지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응원단은 5월이 되면 입실렌티를 위해 한 달간 훈련을 하고, 2학기에는 정기고연전 응원을 위해 두 달 전부터 일정을 잡아 연습한다. 입실렌티나 고연전이 다가올수록 훈련은 고되지만 동작이 하나로 맞아가며 진정한 ‘고려대의 꽃’으로 피어난다.

응원단은 7일(월)부터 신입단원 모집하고 있다. 마감은 17일(목)까지다. 멋지게 가을 하늘을 수놓을 크림슨의 붉은 점이 되고 싶다면 응원단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다운받아 온라인(kuleaders@naver.com) 또는 오프라인 노벨광장/교양관 앞(안암)과 호연4관(세종)에서 지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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