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은 자명하다.2008년 교육역량강화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정부는 교육에 대한 지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정부의 이러한 지원 지침을 좇아 대학은 연구역량 강화와 국제화에 온 힘을 기울였다.

고대신문은 지난달 26일(화) 서울, 경기지역대학 학보사 19곳과 함께 <교수신문>이 주최한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이주호 장관 - 서울, 경기지역 대학 신문 편집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간담회는 오후 4시 30분부터 질의응답 형식으로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질문은 정부의 대학 지원 부족과 등록금 문제, 취업 문제에 집중됐다. 참석한 대학생 기자들은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장관은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필요 이상의 규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요지의 답변을 반복했다. 이 장관은 “정부의 역할은 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구조적인 틀이 있으면 그 안에서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대학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하대 김종훈 편집장은 지금의 구조에서는 민주적인 해결이 힘들다고 지적하며 “자율을 강조하는 건 좋지만 대학생의 자유가 아닌 대학의 자유만 보장하는 느낌”이라며 “대학의 교육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등록금과 같은 주요 사안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 지원책에 대해서 이주호 장관은 지원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교육지원 비중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마치며 이 장관은 “학생들이 직접 해주는 이야기를 들어서 좋았다”며 “답변이 부족했던 부분이 많았는데 다시 공부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간담회 내용이다.

▲ 이주호 장관이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 | 중대신문



경희대 | 정부가 나서서 대학 재원의 다원화에 힘쓰겠다고 했는데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있나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늘리는 게 관건이다. OECD 가입국의 평균 대학지원금이 GDP의 1%라는데 우리는 0.6%다. 그런데 대학이 여기에 안주하게 되면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지게 돼 이를 담보할 지원이 필요하다. 지표를 통해 평가 가능한 지원책을 펴고 있다.
기부금 세금공제제도도 생각중이다. 기업지원금, 수익사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원을 확보하도록 규제를 많이 풀 생각이다.

고려대 | 지금까지 정부 지원은 교육보다 연구에 집중됐다. 대학은 정부의 지원사업에 따라가기 마련인데 교육의 수혜자인 학생들이 피해를 본 게 아닌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교육역량강화사업에 투자하고 있고 대학지원 예산도 늘리고 있다. 내년에 1조 원 증액하는 게 목표인데, 가능하다면 그 중 5000억 원을 교육역량강화사업 등의 사업에 쓸 것이다. 교육부문 지원을 지금보다 두 배정도 늘릴 계획이다.

홍익대 |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 지표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게 취업률이다. 취업률이 대학의 교육역량을 반영한다고 보는 건가. 또 예술대학 등 취업과 관련이 적은 학과가 많은 대학이 차별받는다는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나
-취업률은 중요한 지표다. 100% 정확하지는 않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취업이 가장 눈여겨보는 항목이 아닌가. 물론 그것만 봐서는 안 된다. 국제화 지수, 등록금 인상수준 등도 종합해서 평가하고 있다.
차별성에 대해서는 우리도 많이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이 취업이 안 되는 학과에 학생을 너무 많이 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대학교육에서 인문, 문학, 철학, 예술교육은 보강되어야 하는 건 맞지만 과도하게 많은 학생이 전공하지 않도록 대학 차원에서도 고려했으면 한다.

건국대 | 대학이 예산안을 짤 때 국고보조금은 최대한 낮게 잡는다. 등록금은 예산안에 따라 책정되는데 이는 정부 지원이 등록금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얘기다
-등록금은 이제 그만 올라야 한다. 현 정부 들어와서는 등록금 상한제를 두는 등 계속 동결구조로 가고 있다. 다만 너무 직접적으로 규제하면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지원 사업에 등록금의 교육 환원률을 지표로 삼는 등 간접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 대상이었는데 이 이유로 탈락한 대학도 있다.

중앙대 | 등록금심의위원회 규정이 무력한 것 같다. 규정을 교묘하게 어기는 대학도 있고 지키지 않는 사례도 있다. 학교가 작성한 회의록을 봤는데 학생들 말과 너무 달랐다. 학내 언론사 등 다른 주체의 참여가 없어서 생긴 문제다.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은 있나. 그리고 등록금 인하에 대한 정책이 왜 없는지 묻고 싶다
-최근 국회 법안심사에서 그동안 학생들이 요구했던 사항들이 반영됐다. 등심위에 학생이 30% 이상 참여하고, 회의록을 공개하는 등 개선이 이뤄졌다. 이번 개선안을 두고 더 고민하겠다.
물가가 이렇게 올라가는 상황에서 등록금을 인하하기는 참 쉽지 않다. 상한제를 통해 이 수준만 유지해도 실질적으로 인하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이화여대 | 등록금 상한제가 오히려 등록금 인상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지적이 있다
-대학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데 정부가 무조건 ‘이렇게 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예산을 더 확보해서 대학 지원을 늘리고 등록금에 대한 대학의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한양대 | 정부가 학부 등록금에만 신경 쓰다 보니 입학금이나 대학원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도 많다. 여기에 대한 대책은 없는가
-아직은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 좀 더 고민을 해보겠다.

한국외대 | 대학의 자율화를 강조하는데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지키지 않는 대학이 눈에 띈다. 자율이 아니라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국가가 나서서 관리할 때 생기는 부작용이 많다. 정부가 ‘무조건 다 동결’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대학이 자율을 기반으로 해야 하지만 정부의 개입점도 늘어나고 있다. 충분히 여력이 있는데 피해가는 대학에 재정지원을 줄이는 식의 제재는 하고 있다. 등록금 회계를 분리시켜 등심위에서 학생들이 접근할 통로를 만들기도 했다.

연세대 | 야심차게 내놓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에 대한 호응이 저조하다
-신청자를 80만 명까지 예상했는데 실재로는 15만 명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이자율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라고 본다. 군복무 기간 중 이자를 면제하는 데만 해도 일 년에 몇 백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국채를 발행하는 것까지 생각해봤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됐다. 만만치 않다.
하지만 3000만원을 대출했는데 1억 원으로 불어났다는 식의 말은 너무 과장된 것이다. 제일 좋은 시나리오는 취업이 잘 돼 누적되는 이자 부담이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업지원 정책과 병행되어야 한다.

가톨릭대 | 교과부에서 올해부터 해외취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게 근본적으로 취업위기를 해결할 방안은 아니지 않나
-교과부에서 추진하는 해외인턴은 2500명이 1년에 길게는 18개월까지 한다. 다른 해외인턴보다 기간이 길어 바로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이 1인 창업에도 관심을 갖도록 정부에서 지원을 강화하겠다. 하지만 취업문제는 기본적으로 대학과 기업의 협력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서울대 | 국립대 법인화가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서 얻을 것이 무엇인가. 또 대학이 기업화된다는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나
-학계에서는 20년 전부터 법인화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 법인화가 민영화라고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미국의 주요 국립대는 대부분 법인화가 돼 있다. 사무직원에서 교수까지 전부 공무원인 대학은 세계에 많지 않다.
법인화가 되면 대학이 자율적인 영역이 굉장히 많아진다. 교수 인사제도 개편도 가능하고, 정부의 간섭 없이 활동을 추진할 수 있다. 큰 발전의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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