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 후문에서 30여 년간 부동산을 운영한 천구봉(남·76세) 씨는 “2~3년 전부터 주변의 밥집들이 문을 닫고 떠난 자리에 20개 이상의 카페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고 말한다. 지난해 여름 방학에는 정대 후문에 5개의 카페가 비슷한 시기에 개업했다. 밥집이 있던 자리를 카페가 대신한다.

 

이렇듯 ‘카페 폭풍’이 몰아치는 이유는 카페가 비교적 창업이 쉬운 업종이기 때문이다. 카페의 메뉴들은 다른 요식업에 비해 맛에 대한 부담이 적다. 맛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는 밥집과는 달리 카페의 성공은 분위기나 입지, 서비스처럼 다른 요소들의 영향력이 큰 것도 이러한 현상을 부추긴다. 본교 주변에서 3년 간 카페를 운영한 김준용(남·32세) 씨는 “조금만 공부를 하면 일반 사람들도 쉽게 일정 수준의 커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카페는 더 이상 커피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정대 후문에서 2년 간 카페를 운영한 김경호(남·32세) 씨는 “카페가 단순히 사람을 만나고 음료를 마시는 공간에서 다양한 복합공간으로 자리매김 했다”고 말한다. 김 씨의 카페에 들어서면 독서, 공부, 팀플, 노트북 이용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손님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김 씨는 “카페가 제공하는 분위기 속에서 여러 활동을 즐기는 학생이 많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하나의 유행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집 건너마다 카페가 자리 잡을 만큼 이미 본교 주변은 카페 포화 상태이다. 그래서 카페 차별화를 위해 맛, 가격, 다양한 서비스를 고안해낸다. 무료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쿠폰 북 제공과 테이크-아웃 시 가격 할인은 대부분의 카페가 사용하는 전략이다. 정대 후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황준석(남·38세) 씨는 오전 10시까지 음료를 주문하는 손님에게 3000원 상당의 베이글을 무료로 제공한다. 황 씨는 “이외에도 적립금 제도나 장학금 전달 등 수익을 고객에게 돌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 기획 중이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성취를 돕는 공간이라는 컨셉의 카페를 운영하는 김준용 씨는 새로운 컨텐츠 개발에 힘쓴다. 시험기간에 A+성적을 받을 과목을 정해 달성 시 무료 음료를 제공하기도하고 주간계획표와 오늘 할 일을 적을 수 있는 문구 제품을 고안하기도 한다. 김 씨는 “성적 달성 프로젝트는 매학기 150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할 만큼 인기있다”며 “다른 카페와의 차별화 전략이 잘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모든 카페들이 장사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조용한 분위기의 공부 환경을 제공하는 ‘스터디 카페’는 처음 등장했을 때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비슷한 분위기의 카페가 여럿 생기다 보니 예전보다 학생들을 끌지 못한다. 1년 전부터 정대 후문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노 모(남·28세) 씨는 “학생들이 카페로 몰리는 점심시간 이후와 시험기간에는 테이블이 매번 차 있어 장사가 잘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며 “음료 한 잔을 시켜놓고 오랫동안 머무는 학생들이 많다보니 테이블 회전률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카페 사장들은 지금을 ‘과도적 시기’라고 말한다. 지금의 많은 카페들이 정리될 지 더 증가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김경호 씨는 “상권이 활발해지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며 “많은 카페가 생겨 카페문화가 더 발달한다면 ‘카페거리’라는 상권의 특성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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