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일본어로 문학 활동을 한 작가를 친일작가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식민지 문학의 대표적인 저자중 한 명인 장혁주(1905~1997)는 1932년 잡지 <개조(改造)>의 현상창작공모에서 <아귀도(餓鬼道)>가 당선돼 식민지 조선인으로는 최초로 일본문단에 등단했다. 장혁주는 조선사회의 전근대적인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봉건성 자체를 혐오하는 작품을 많이 내놓았다.

그의 대표작 <인왕동시대(仁王洞時代)>에서는 그 면모가 강하게 드러난다. 소설 속의 ‘나’는 구시대적인 인왕동을 거부하는 대신 일본 문물에서 ‘근대문명의 냄새’를 맡는다. 이 작품에서 일본은 이질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존재로 표현된다. 그는 일본을 전근대적인 조선의 상극에 위치한 존재로 바라본 것이다.

<메밀꽃 필 무렵>을 쓴 이효석(1907~1942)도 일각에선 식민지문학 작가라고 평가한다. 그의 작품 중 <벽공무한(碧空無限)>이라는 장편소설은 하얼빈과 서울을 무대로 한 작품이며 일본어로 쓰여졌다. 문학 평론가 이호림 씨는 이효석이 일본어로 저작활동을 했다고 친일작가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저서 <친일문학은 없다>에서 ‘<벽공무한>은 예술소설이고 이 작품에서 황국신민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일본어로 쓰였다고 친일문학이라고 보기엔 이효석의 작품들은 기준 미달’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단순히 친일을 위해 일본어로 문학을 하려 하지 않았다. 당시 일본문단의 현상공모에 당선된 김사량은 조선의 문화, 생활, 인간을 더 넓은 내지(內地·일본)의 독자층에게 호소하고자 했다고 전한다. 이들이 일본어로 작품을 쓴 이유는 친일적인 심정이나 강요에 의해서라기보단 일본어 표현 그 자체를 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식민지 문학·문화 연구회의 송혜경 일본연구센터 연구 교수는 “친일작가를 구분하는 기준은 일제의 조선 지배를 정당화 또는 협력한 작품을 쓴 작가로 보고 있다”며 “식민지 문학의 연구가 기존의 식민주의를 단순한 제국주의적 담론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 다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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