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연구센터(센터장=최관 교수)의 인문한국지원사업(HK)의 핵심연구주제 중 하나는 ‘제국일본의 이동과 동아시아 식민지 문학’이다. 식민지 문학은 한국인이 일본어로 쓰거나 친일을 목적으로 작성한 문학을 말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이 주제에 깊이 있는 연구가 부족했다. 하지만 과거 일제가 동아시아에 미친 영향으로 최근 한국과 대만, 중국에서 식민지 문학이 재조명되면서 국제적인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고대신문이 일본연구센터의 도움을 받아 국문학과 일문학의 새로운 연구분야인 ‘식민지 문학’에 대해 알아봤다.

▲ 1910년 1월 한반도에서 간행된 일본어 잡지 <만한의 실업>표지. 자료제공 | 일본연구센터

 

식민지 문학이란 무엇인가? 식민지 문학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응당 ‘친일문학’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 ‘친일문학’도 문학창작의 수단인 언어의 측면에서 본다면 두 종류의 문학, 즉 피식민국의 언어인 한글로 쓰인 작품과 식민지 종주국의 국어인 일본어로 쓰인 문학이 존재한다.
또한 식민지 문학에는 식민지 현지인인 한국인 작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즉, 한국문학이라는 일국(一國)문학의 범주에만 그치지 않고, 당시 한반도에서 활동한 일본인 작가의 작품, 나아가 작품의 무대가 한반도이든 일본이든 식민지의 경험을 한 인물이 한 사람이라도 등장하는 작품이라면 일본문학이라 하더라도 이를 식민지 문학이라 볼 수 있다. 나아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일본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일본어로 문학활동을 한 한국인 작가도 있었는데 이들 작가의 작품은 물론이거니와 1945년 이후 김달수, 김석범, 이회성, 양석일, 이양지 등 재일코리언 문학도 응당 이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식민지 문학이라 했을 때 그 범주가 과도하게 넓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일본어로 창작된 문학을 중심으로 그 흐름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반도에서 일본어 문학이 창작되는 것은 19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화도조약(1876) 이후 수많은 일본인들이 식민열기(植民熱氣)에 편승하여 한반도로 건너오는데 이들은 『조선신보』(朝鮮新報), 『조선의 실업』(朝鮮之実業), 『조선』(朝鮮) 등 일본어 신문․잡지를 간행하면서 이들 미디어에 문예란을 마련하여 문학활동을 영위하였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화해 가는 시기에 만들어진 이들 일본어 문학은 문학을 통해 조선인사회와 구별되는 한반도 내 일본인사회의 우월적인 문화공동체 구축을 지향하였다. 또한 한국 특유의 문학과 예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와 한반도에 일본어 문학을 이식해야 한다는 주장을 통해 일본어 문학의 식민지주의적 특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다음으로 1910년부터 1930년 전후의 시기를 보면 여전히 수많은 일본어 신문․잡지가 간행되면서 일본인 중심의 문학활동이 확산되었다. 그런데 작가의 절대 다수가 일본인들이지만 일본어 미디어에 한국인 작가의 창작이나 조선문학 관련 평론들이 실리고 있음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1920년대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운동이 본격화되어 이들과 한국의 카프문학이 상호 교류하면서 김용제, 임화, 백철, 정연규 등이 일본의 프롤레타리아 문학잡지에 작품을 게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지용 등이 일본의 『근대풍경』(近代風景)이라는 잡지에 일본어 시를 다수 발표하고 1925년 경성제대예과 학생들이 동인지인 『청량』(淸凉)을 만들어 일본어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등 제국주의 전쟁의 범위가 중국 각지로 확대되는 1930년대에도 한반도 내 일본어 신문․잡지 등을 근거지로 하여 일본어 문학이 창작되었지만, 장혁주, 김사량 등을 비롯하여 조선인 문학자들도 도쿄(東京)문단에 진출하게 된다. 나아가『문학안내』(文学案内),『문예』(文芸),『오사카마이니치신문』(大阪毎日新聞),『문학계』(文学界) 등 일본의 각종 신문․잡지에서도 조선문학 특집을 내고 조선문학 관련 평론이나 동시대 작가의 작품을 싣고 있다.
1930년대 말 한글수업이 폐지되고 창씨개명이 강요되며 한국어 신문․잡지가 폐간되는 등 내선일체 및 황국신민화정책이 시행되는 1940년대가 되면 한반도 내 일본어 문학은 정점에 달하게 된다. 이 시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친일국책문학이 창작되고 일본인 문학자들이 조선 문단에 등장하여 주도권을 행사하게 된다.
사실 한반도 내 식민지 문학은 언뜻 한국과 일본 사이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이는 (동)아시아 지역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왜냐 하면 한반도보다 훨씬 빨리 일제의 식민지가 된 타이완에서도, 위만주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에서도 아니면 1940년 이후 이른바 대동아공영권을 주장하며 새롭게 점령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이러한 문학적 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 일제에 협력적이었던 한국의 지식인과 문학자들도 이러한 지역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문명론적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였다. 
이들 식민지 문학을 읽어나갈 때 다음과 같은 점을 염두에 둔다면 보다 심층적인 글읽기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첫째, 문학현상을 단지 작품이라는 텍스트에 한정하지 않고 당시 역사나 사회 문맥 속에서 조망하는 것, 한국, 중국, 일본 등 일국문학의 틀에 갇히지 않고 이를 뛰어넘어 사고를 확장하는 것,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되 단지 제국주의나 식민지시대라는 과거의 사실에 그치지 않고 해방된 이후 사회상과 결부지어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조망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본교의 일본연구센터에서는 <식민지 일본어 문학/문화 연구회>에서는 현재 이러한 시각에 바탕하여 ‘제국일본의 이동과 동아시아 식민지 문학’을 조망하거나 ‘한국의 친일문학과 타이완의 황민문학’을 비교하는 등 다양한 학술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 문제에 관심 있는 대학원생, 학부생까지 포괄한 다양한 기획을 계획하고 있다.

정병호(문과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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