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정운찬 서울대 신임총장은 신입생 전형에 지역할당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찬반 논의가 분분한 가운데, 지역할당제가 도·농간 경제적 격차가 교육적 격차로 이어지는 것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공감을 얻고 있다. 

지역할당제는 교육의 공정성과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논란의 여지를 있다. 지역할당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지역에서도 서울의 고등학교 못지 않은 교육환경을 누리고 있는 지방학생들이 있다”며 지역할당제가 결과적으로는 도심 아이들에게 역차별이 가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희망교육연대 권용출 사무처장은 “역차별이 있을지라도, 이제까지 수도권 학생들에 비해 지방학생들이 겪었던 것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일축한다. 역차별 논리가 ‘가진 자의 불평’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지역할당제를 반대하는 이들은 ‘사교육비가 성적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는 검증은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며 반론을 제시한다. 그러나 도·농간 학력차가 비단 경제적 여건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수능문제가 도시의 문화생활을 누린 이들에게 유리하다’, ‘면접, 자기소개서 등에 대해 지방학생들은 충분히 준비할 수 없는 여건이다’ ‘과외를 하고 싶어도 재원이 마땅치 않다’ 등의 의견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지방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는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이번 지역할당제가 적잖은 충격을 안겨다 준 것은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서울대 스스로 자성적인 목소리를 냈다는 데 있다. 『진보교육연구소』 송권봉 사무처장은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경제적 여건에 따른 한국교육의 불평등 구조를 서울대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지적한다. 서울대를 개혁해야 나라가 바뀐다, 서울대의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한다 등 외부로부터의 논의는 언제나 분분했지만 정작 , 서울대 내부에서는 단 한번도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자성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던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재 여론은 교육기회의 형평성을 뒷받침하는 지역할당제에 대한 찬성 입장이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역할당제로 인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역할당제가 시행되면 서울대 입학생 중 지방 학생들의 비중은 늘어나 교육의 형평성이라는 취지에는 맞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지방 학생들의 희망대학이 해당 지역의 특정대학이 아닌 서울대에만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할당제로 배려하고자 했던 도·농간 지역격차가 다시금 벌어질 수 있다. 노영필 광주운남중 교사는 “지방의 모든 학생들의 목표를 서울대로 통일시키며 마치 서울대가 교육계의 성역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역할당제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는 이들은 이 제도가 서울대 위주의 공직자 사회로 인한 병폐를 더욱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는 것에 주지한다. 지역할당제가 기존의 특권을 나눠 가질 내부 구성원(서울대 입시생)만을 ‘교체’(성적별->지역별)하는 시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결국 지역할당제는 학벌이라는 한국사회에 뿌리 박혀있는 고질적인 병폐를 건드리고 있는 셈이다.  ‘지역분권을 주장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별 반향없이 간과됐던 것을 생각하면 서울대의 힘이 새삼 느껴져 씁쓸하다(『문화일보』오피니언, 7월 27일자 )’는 이진우(계명대 철학과)교수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지역할당제에 대한 논의가 일파만파 퍼져가고 있음은 곧 우리 사회가 서울대 위주의 학벌 사회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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