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5월9일자) 1면에 한자졸업요건폐지, "단과대 자율에 맡기겠다" 기사를 보고 그동안 공들여 쌓아놓았던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일찍이 고대에서는 한자교육의 필요성에 선구자적 공감을 갖고 2004년부터 한자능력시험을 졸업필수요건으로 지정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홍일식 전 총장께서는 서양문물에 찌들어가는 오늘의 학생들에게 미래의 지도자적 소양을 갖추도록 정신교육 교재를 편정하여 <신명심보감>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우리말로 옮겨 학생들로 하여금 교양서로 읽히고, 또 동아시아의 사상적 특성과 고전문화의 이해를 돕는데 일익을 할 수 있었습니다.
헌데 김병철 신임총장께서는 "단과대 자율에 맡기겠다"고했으니 주객이 전도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요구 중 손해 볼 것 없는 한자인증 폐지를 교환 조건으로 받아들인 것 같은 인상이 듦은 왜 일까요?
특히 한자인증을 폐지한 첫 주자가 한자전문용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법대라니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 폐지의 변을 들어볼까요? "변화하는 법조계의 추세에 발맞춰 학생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며 "한자인증의 사회적 필요성이 높지 않고 형식적이라는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답니다.
영재 후배들이여! 이 그럴듯한 궤변이 달콤하지요? 등록금인상철회는 줄기차게 요구하면서 ‘한자인증폐지’의 철회는 손 놓고 있으니, 등록금 문제보다 더 절실하며 머지않아 무형의 자산을 몽땅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정녕 모르십니까?
한국굴지의 제약회사인 동아제약에서는 공채1기 때부터 52년째 ‘한자자기소개서’를 받고 있습니다. 동아제약이 한자생활권 국가인 중국.일본.베트남 등 동아시아권에 진출하여 세계적인 회사가 되겠다는 야심찬 꿈과 목표가 있기 때문이지요.
사랑하는 후배들이여! 제발 ‘졸업요건’이라든가 ‘한자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투정을 언제까지 부리겠습니까?
졸업요건 취득자중 '自由'라고 정확히 쓴 학생이 49%나 되지 않습니까. 좀 더 노력한다면 결과는 80%, 아니 100%로 껑충 뛴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까? 이 결과에 대해 학교당국은 지난 7년 동안 졸업필수요건 지정만 해놓고 무었을 하였습니까?
학생들의 가려운 곳, 한자교육의 필요성, 각 학과별 계통 특성에 맞는 교재 및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신세대 대학생들에 맞게 재미있는 강의로 관심을 갖도록 유인했어야 했는데 너무 등짐만 지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까?
'4주 완성'. '단기특강'. '8주 강좌' 등은 헛된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평생교육원에서 김언종 교수께서 매주 수요일 저녁7시부터 '시경'강의를 하십니다. 학교책임자들이나 후배들께 일단 청강하실 것을 권유합니다. 강의내용이 놀랍고 흥미진진하여 필자도 2003년부터 계속 청강하고 있습니다. 이곳 청강자중에는 대학교수 등 각 분야의 저명인사도 많으며, 지금은 지방대로가신 전임 부총장께서도 ‘열공’하셨답니다.
이처럼 한자는 1~2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평생 친구로 사귀면서 즐겁게 익히는 것임을 먼저 깨우쳐야 합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단과대 책임자들이 아직도 폐지 내지 진행 중이라니, 어째서 수재들을 문맹자로 만들어 세계적인 안목을 닫으려 하십니까? 앞으로는 한자급수 유무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는 기업체가 더욱 많아질 전망입니다.
우리나라는 열강4국에 둘러싸여 아주 특수한 환경에 있기 때문에 영어의 중요성 못지않게 한자의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하여도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정서나 사고논리가 모두 동양고전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사 불변의 가치에 익숙하여 문제해결의 능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또한 학문에서 중시되는 논리나 개념에 쓰이는 용어는 한자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 정확한 개념과 정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자어 습득이 절대적입니다. 즉 한글과 한자는 다른 언어가 아닌 국어의 두 날개라는 점을 숙지하셔야 합니다.
이번 사건을 교훈삼아 학생들의 요구와 문제점들을 좀 더 차분하고 면밀하게 분석하시여 김 총장께서는 전화위복의 틀을 거듭 튼튼히 짜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서양은 ‘월스트리트의 탐욕’으로 지는 해가 되어가고 동양삼국은 떠오르는 태양이 되고 있습니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중국과 일본을 짓밟을 수 있는 한자 전쟁에서 단연 우뚝 서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제는 한자교육이 미래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손창봉(명보한의원장 ·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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