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학내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과 학생총회제도
[독자투고] 학내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과 학생총회제도
  • 고대신문
  • 승인 2011.06.0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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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 6년 만에 본교에서 비상학생총회가 성립되었다. 학생총회는 안암캠퍼스 재학생 전원으로 구성되는 최고의결기구이다. 학생총회제는 ‘치자와 피치자의 동일성’을 그 핵심으로 하는 동일성원리에 입각한 제도이며, 학우들의 직접적 정치의사형성을 중시하는 직접민주주의적 제도이다. 하지만 학생총회제도는 기술적 문제는 물론, ‘학우의 직접적 정치의사의 형성·관철‘이라는 그 목적 자체에서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학생총회제도는 기존 대의기구와는 조화되지 않는다. 직선대표로 구성되는 대의기구인 전학대회는 학생총회의 하위의결기구로서, 회칙상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평시에는 사실상 최고의결기구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학우의 대표인 대의기구가 학우들의 의견을 정치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존재함에도, 학우 전원으로 구성되고, 언제든 개회될 수 있으며, 직접적 정치의사의 형성·관철을 목적하는 학생총회를 두는 것은 전학대회를 불필요한 기구로 만드는 동시에 전학대회의 체계상의 지위를 위협한다.

또한 더욱 문제되는 것은 학생총회가 전학대회를 배제하고 특정 정치적 의사를 관철시키는 우회로로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대의기구에서 부결된 안건이 학생총회라는 더욱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기층단위에서 재논의되어 성립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행위는 안건 성립에 관한 회칙상의 정당한 절차를 형해화시켜 절차를 통한 갈등의 해소를 불가능하게 한다. 민주주의가 정당한 절차를 강조하는 것은, 대립되는 세력이 이에 의해 대화·토론을 통해 타협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소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특히 이는 다수결에 의해서는 희생될 수밖에 없는 소수자를 보호하는 기능도 갖는다.

그러나 학생총회제도는 갈등의 제도적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 학생총회에서는 전학대회처럼 정돈된 토론이 진행되기 힘들고, 다수에 의해 의사진행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학생총회에서의 안건의 가부는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토론과 타협이 구조적으로 힘든 학생총회에서의 정치의사의 형성은 누가 더 많은 표를 얻느냐의 실력행사에 의한 의사결정으로 귀결된다. 이는 갈등의 해소에는 하등 도움이 안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학생총회가 직접민주주의 자체가 갖는 문제를 그대로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직접민주제는 직접적인 구성원의 의사에 의해 공동사무를 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의 구성원의 의사는 추상적인 것으로서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는 유일의 의사이다. 그러나 개별 구성원들 각자의 의사는 제각각이고 산란되어 있어, 단일한 의사가 아니다. 따라서 구성원의 의사는 소환만을 요하는 완결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구체적 문제에 대한 개별적 논점에의 가부를 묻는 방식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논점을 누가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 동일성원리에 따르면 논점을 구성원들 스스로가 제시하여야 하나, 실상 이는 구성원이 아닌 타인이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별 구성원들은, 외부에서 제시한 논점에 대해 단지 가부만을 표시할 뿐이다. 이는 학생총회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학우들은 특정안건에 종속되어 가부만을 표시한다. 결국 학생총회는, 학우들을 특정인이 발의한 안건에 종속되어 가부만을 표시하는 소위 ‘거수기’로 격하시켜, 능동적인 의사형성을 어렵게 한다.

나아가 학생총회는 동일성의 실현이라는 미명과는 달리, 치자와 피치자의 일치의 현실화도 아니다. 지난 3월 31일 개최된 비상학생총회에 안암캠퍼스 전학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2000여명의 학우들이 참가했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동일성원리는 치자와 피치자가 일치하기에 지배관계는 존재치 않는다고 하나 실제로 치자와 피치자는 일치하지도 않으며, 표결에 참여한 자가 표결에 참여하지 아니한 자를 지배하는 관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동일성원리는 ‘치자는 곧 피치자’라는 논리로 이를 교묘히 은폐하고 있다. 결국 학생총회는 동일성의 실현이 아니며, 민주정에서도 불가피한 지배관계를 은폐한다.

따라서 필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갖는 학생총회제도를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 학생총회가 학우들의 가부를 묻는 것에 불과하다면, 학내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학생총회보다는 전학대회의 토의를 거치는 학생총투표로 대체하는 것이 학우들의 직접적 정치의사형성에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생총투표제도도 Plebiszit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으나 이는 학우들의 정치참여에 의해 막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학내 커뮤니티나 학보 등을 통한 다양하고 자유로운 학내 여론의 형성과 학우들의 투표참여임은 물론이다.

최재원(법과대 법학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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