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돌그룹 ‘비스트’의 노래가 청소년 유해 판정을 받아 화제가 됐다. 가사 중 일부분이 청소년의 음주를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무슨 내용이길래 어른만의 노래가 되었나 확인했더니 ‘취했나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아’라는 랩 가사 때문이었다. 해당 가수와 팬들은 무척 충격을 받고 분노해 법적 대응까지 준비한다고 했지만 왜인지 실소가 터졌다.

이 가사가 얼마나 청소년에게 유해 하길래 ‘19금’을 붙여줬는지 잘 모르겠다. 어떤 은유도 담지 않은 가사에 유해하다는 판정까지 내려줄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도 든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노래를 들을 수도 있고 이미 음원을 구입한 청소년도 많아 실제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발표로 보기도 힘들다.

진짜 유해한 것은 무엇일까. 의외로 답은 가까이 있다. 모든 것을 유해하게 생각하는 우리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을 걱정하고 의심하는 데 따르는 피곤은 모두 이런 생각에 기초한다.

누구나 소중한 존재임을 역설했던 <강아지 똥>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 인간은 너무나 유해한 존재다. 자연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서로에게 유해하다. 가족에게까지 ‘유해하다’라는 단어를 붙일 정도니 세상의 어떤 관계, 상황이든 유해함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생에서 편하게 살고 싶다면 어쭙잖게 남에게 유익한 것 보다 차라리 유해한 인간이 되는 것이 더 낫다. 인터넷에서 한참 화제였던 ‘매너 손’ 논란도 여성에게 무해함을 증명하려 쥔 주먹 때문에 엉덩이를 치게 된 유해한 행동을 하게 된 것 아닐까? 남에게 친절해지다 보면 오히려 억울해 지는 세상이 바로 우리가 사는 ‘유해한’ 세상이다. 이 논란의 결론으로 전동차에선 남녀 모두가 기도하는 손을 하면 된다고 마무리 짓긴 했다. 하지만 유해한 사람들 속 움직이는 열차 안에서 경건해지긴 어려울 것 같다.

유해판정을 받은 아이돌 가수는 “동요나 불러야 겠다”고 이야기하지만 동요라고 무조건 괜찮은 것은 아니다. 동요 ‘꼬까신’에는 자살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청소년에게 유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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