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총장이 지난 달 31일 취임 1백일을 맞았다. 비록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어 총장은 “개교 1백주년 세계 1백대 대학 진입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이에 대한 일환으로 국제화와 분권화에 힘을 기울여 왔다. 아직 평가를 내리는 것은 성급하지만 취임 1백일을 맞아 그간 어 총장이 진행한 일들과 공약의 진척 정도, 그리고 학내 중요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정리 김민욱 취재부장


△지난 1백일 동안 각 캠퍼스를 방문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문제를 파악하는데 주력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간 살펴보신 학내 현황은 어떠합니까.

- 벌써 본교에서 25년째 생활하고 있다. 학교의 사정은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난 1백일 간의 행보는 각 캠퍼스의 관계자를 격려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장에서 파악한 각 캠퍼스의 현황은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현재 본교는 학교 전체가 합리화되고 능률 위주로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구석진 곳이 참 많다. 제일 놀랐던 것은 본교 기숙사의 실태였다.

△그 동안 강조해 오신 분권화는 어느 정도 진행됐습니까.

- 지난 1백일 동안의 권한 이행은 본교, 한국 대학 역사상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총장에게 아무런 권한이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총장 권한의 많은 부분을 학장과 부총장에게 넘겼다. 그 동안 총장은 이른바 ‘민원형 총장’이었다. 총장한테 와서 이런저런 부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짧은 임기였지만 한번도 이러한 민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앞으로의 두 달간의 일정에도 민원의 목적으로 나를 찾아오겠다는 약속이 없다. 총장은 이제 허세일 정도로 아무런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앞으로는 학장 책임 하의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목표관리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학장이 총 책임자로서 해당 단과대나 대학원을 운영해 나갈 것이다.

그 동안의 모든 학교 행정이 본부를 통해 이뤄졌다. 그러나 이제는 본부가 담당하던 그 역할을 학장에게 나눠 주는 것이 바로 목표관리제도라고 볼 수 있다. 연공서열에 따라 학장이 원만하게 운영해 오던 것을 이제 학장이 총 책임을 맡고 그 단과대의 예산권·인사권을 점진적으로 갖는 방향으로 바꿔나갈 것이다. 미국 대학에서 학장은 7∼8년을 역임한다. 그런데 우리는 2년이다 보니 현장 파악을 마치면 임기가 끝난다. 학장이 어떠한 책무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 대학의 실정이다. 목표관리제도를 도입하면서 바꿔나갈 것이다.

△외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과별원가계산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독립채산제의 진행상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독립채산제는 김정배 전 총장이 실시한 것으로 비교적 정착이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과별원가계산제도는 오는 9월중에 도입할 예정이다. 학과별원가계산제도가 도입될 경우 각 학과·단과대 별 수지가 다 나오게 된다. 이를 통해 각 학과나 단과대는 교수 충원 계획 등을 독자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 그 동안 학장이나 기타 행정 담당자의 감(感)에 의존에 이뤄지던 대학행정은 학과별원가계산제도를 통해 계량화 될 것이다. 이를 중요 지표로 활용해 의사 결정을 할 예정이다. 즉 수입의 개념이 학장 등에게 인지되는 것이다. 학과 별 수입의 비교가 아니라 합리적인 준비단계로써 학과별원가계산제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더 이상 감에 의존한 학사행정이 아니라 정확한 분석을 통한 행정이 원가계산제도를 통해 가능해 질 것이다.

△최근 일부 학장의 임명 과정에서 교수협의회가 인준을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그것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이다. 교수협의회도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고 발전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한다. 그런 차원에서 교수협의회가 미국의 교수 상원제도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교수 상원제도는 중요의사결정을 다루지만 학교의 일반 행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현재 학교의 일반 업무에 관여하는 교수협의회 제도는 문제가 있다 생각한다. 지금 교수협의 회장단은 굉장히 합리적이고 학교 발전을 의해서 걱정을 하고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고 계시다. 교수협의회의 문제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서창캠퍼스의 교수들이 안암캠퍼스에서 대학원 강의를 하는 것을 두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은 현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서창에 현재 건설하고 있는 기숙사가 완공된다면 서창캠퍼스에서 ‘On-Campus Life’가 가능해지리라 본다. 서창캠퍼스 학부의 발전을 위해 교수님들도 서창에서 함께 계시는 시간이 늘었으면 한다.

△세계 1백대 대학 진입의 토대를 개교 1백주년인 오는 2005년까지 마련하겠다고 하셨다. 이를 위한 국제경쟁력 향상은 어떠한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까.

-교육시장이 개방된다면 국내 우수 학생들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교는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에 영어 강의 확대의 필요성을 느끼고 다음 학기부터 새로 부임하는 교수는 전부 영어로 강의할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할 것이다. 여기서 영어란 원어를 의미하는 것으로 중문과는 중국어, 일문과는 일본어 강의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현재 세계의 유수 대학은 인문학을 강조하고 있다. 본교도 더 이상 학점을 따기위한 교양과목이 아닌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교양과목이 진행돼야 한다. 교무처장이 곧 대대적인 변화를 발표할 것이다. 현재 인문교육의 엄청난 강화를 실시 준비 중에 있다.

또,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주인의식과 관리자로서 자긍심을 갖고 일을 해야 한다. 직원들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책임의식 고취는 총장으로서 중요하다고 본다. 직원들도 열심히 하는 분위기 과거와 많이 달라 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달 중순부터 해외 대학 벤치마킹 계획을 세웠다. 고대신사유람단이란 이름을 붙인 이 해외대학 벤치마킹은 직원들이 세계 유수대학이 왜 1백대 대학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배울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취임초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본교에서 3천억원의 기금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지난 4월 30일까지 연구 및 기타 기부금이 81억원, 1백주년 기념사업·지정기탁·부동산 기부가 약정 19억원, 입금 17억원이라고 합니다. 시간적으로 짧긴 했지만 3천억원이란 액수와 임기를 고려할 때 부족한 듯 보입니다.

- 현재 시스템과 하드웨어 사업은 하등의 차질이 없이 진행되고 있다. 1백주년 기념관 건립비용을 법인에서 4백억원 전액 부담했으며 오는 8월 착공할 외국인 기숙사도 교우회에서 1백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가을 중에 애기능 지하주차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기금은 들어온 것이 많지 않다.

현재 경제 여건상 기금을 끌어오는 것이 힘들다. 학교가 먼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졸업생들이 스스로 학교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때 학교는 모금을 하기가 더욱 편해질 것이다. 학교의 변화를 먼저 이끌어 낸 후에 손을 내밀 예정이다.

△기여입학제도의 연구가 어떠한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즉각적인 기여입학제도의 시행은 힘들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의 풍토에서는 기여입학제도라는 말이 존재할 경우 그 제도를 통해 입학한 학생은 학교생활을 하기 힘들다. 기여입학제도라는 단어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미국식의 유산 학생 제도(Legacy System)는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본교 출신이고 본교에 그 기여가 인정되는 사람의 자녀에 한해 입학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현재 그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학내 공간 부족이 지속되는 가운데 언론관이나 미술학부 건물 등이 앞으로 신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건물도 포화상태이고 녹지 공간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공간 마련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있습니까.

-그래서 지금 계속해서 지하로 파내려가고 있지 않은가?(웃음) 숙명여대의 경우는 11년 전부터 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해서 3만5천여 평의 부지를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본교는 약 22만평이다. 이공계 캠퍼스의 6만 5천여 평도 결코 좁은 면적이 아니다. 장기적 발전계획을 수립하면 본교 공간 활용을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총장으로 활동하시면서 느꼈던 본교 구성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총장 활동에 더 할 수 없이 우호적이어서 감사드린다는 말을 우선 드리고 싶다. 부탁보다도 시스템 변화와 경쟁력 향상을 이끌어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본교의 분위기가 좋다. 그 가능성이 중요하고 만족한다.- 총장 활동에 더 할 수 없이 우호적이어서 감사드린다는 말을 우선 드리고 싶다. 부탁보다도 시스템 변화와 경쟁력 향상을 이끌어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본교의 분위기가 좋다. 그 가능성이 중요하고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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