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운동장에 모여 하얀색 야구공 하나에 집중하고 있는 선수 10명이 보였다. 주장의 호령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한국시리즈 그 이상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14일 녹지운동장에서 훈련 중인 야구동아리 백구회를 찾았다.

백구회는 야구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하얀 공의 이름을 따서 1979년에 만들어졌다. 현재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은 04학번부터 11학번까지 다양하다.

백구회의 훈련은 녹지를 두 바퀴 뛰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후, 둥글게 둘러서서 손목과 발목을 돌리며 준비운동을 한다. 몸을 풀면서도 가만히 있는 법이 없다. 쉼 없이 “원기 한번 가겠습니다. 고대!”, “파이팅”을 외친다.

준비운동이 끝나면 손목의 감각을 살리기 위해 캐치볼을 한다. 취재 내내 기자를 지도해준 김래욱(정통대 컴퓨터통신07) 씨가 글러브를 빌려주면서 “차와 아내는 남에게 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글러브도 마찬가지다”라며 소중히 다룰 것을 부탁했다. 김래욱 씨는 “야구는 공을 던지고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며 캐치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가지 팁을 알려 줬다. “공을 던질 때는 싫어하는 사람의 얼굴을 생각하며 던지고 받을 때는 좋아하는 사람을 품에 안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받으면 돼요” 처음으로 던져보는 야구공이 스무개가 넘어가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손목 스냅요령이 붙으면서 공은 더 정확하게 멀리 던질 수 있었다.

캐치볼이 끝나고 내야와 외야에서 수비연습, ‘펑고’가 진행됐다. 펑고는 홈에서 배팅볼을 쳐주면 야수가 그 볼을 잡은 뒤 다른 야수들이 신호를 보내는 곳으로 던지는 훈련이다. 실전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선수는 매번 자기 차례 전에 “어이”라고 구호를 외치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훈련 도중 홈에서 공을 쳐주는 사람이 공을 잘못 치면 선수들은 일제히 “노크(펑고 쳐주는 행위) 수고하십니다”를 외치며 서로를 다독인다. 갈승근(문과대 언어07) 씨는 인생에 빗대어 수비요령을 알려주었다. 갈승근 씨는 “인생에 있어서 자기가 높아져서 잘되는 일보다 낮춰서 잘되는 일이 더 많다”며 “야구에서 마찬가지로 자기 몸을 최대한 굽혀 타구를 받아야 실수가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주루 플레이를 연습했다. 실제 야구 경기에서 나올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하고 수비위치를 조정해가며 연습하는 것이다. 상황만 설정됐을 뿐 타구를 어디로 보낼지는 홈에서 공을 치는 사람 마음이다. 기자는 타구가 안타가 될지 아웃이 될지 판단하지 못해 아웃당하기 일쑤였다.

녹지운동장에는 백구회 말고도 다른 동아리, 운동하러 올라온 주민도 보였다. 운동장 전체를 사용해야하는 경기인 야구가 운동장의 반밖에 못쓰자 타격연습은 할 수도 없었고 때때로 야구공에 맞는 주민도 있었다. 김래욱 씨는 “따로 야구장이 없어 야구장 최소 규격도 안 되는 녹지에서 다른 동아리와 같이 훈련을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모든 훈련이 끝나면 회원들은 둥글게 서서 정리미팅을 가진다. 정리미팅에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고 잘한 점을 칭찬하며 다음 훈련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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