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우리는 열광의 분위기속에서 두 가지의 가슴아픈 사건을 겪었다.  하나는 미선이 효순이가 미군 장갑차에 의해 희생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서해에서 북한군과의 교전으로 수십 명의 해군 장병들이 사상한 사건이다.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여중생 사건’은 아직도 우리에게 ‘반미’의 큰 의미로 남아있지만, 서해교전에서 죽어간 해군 군인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그들도 이 나라의 국민이고, 6.25 이후 최대 규모의 전투에서 용감히 싸우다가 전사했다. 우리나라에서 남학생들이라면 그들처럼 죽어갈 위험을 안고 있다. 게다가 아직도 군대에 갔다오지 않았다면 확률적으로 더욱 높을 것이다.

정부는 서해교전 일어난 이후 북한에 대해 확고한 경고와 비판을 가해 차후의 도발을 막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햇볕’을 거두면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북한에 이렇다 할 항의 한번 하지도 않았고, 지금까지도 저자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평화를 유지하고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저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진정한 평화정책이 아니다. 이 점은 여중생 사건과 서해교전 두 경우 마찬가지다. 북한은 분명 우리 동포이며 통일의 상대이지만, 동시에 언제든 무력충돌-그것이 전투일지 전쟁일지는 불확실하지만-을 일으킬 수 있는 상대이기도 하다. 대북평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유지하되, 북한군의 무력도발만은 확고하게 막겠다는 태도가 가장 올바른 대북정책이라고 본다. 그것이 서해교전에서 숨져간 전우를 기억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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