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성폭행 사건이 보도됐다. 한 명문대의 학생이 미성년자를 자신의 자취방으로 데려와 수차례 성폭행을 하고 감금한 후 성매매를 알선해 500만 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되자마자 고파스에선 본교 의대생 성추행 사건 때만큼 일이 커질 것이라 예상하는 글이 꽤 많이 올라왔다.

하지만 사건은 많은 학생들의 기대와 달리 말 그대로 묻혔다. 전국적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관심이 쏠려 있어 보도도 하지 않은 주요 일간지도 있었다. 잠깐 지나가는 보도 기사였으며, 한 차례도 네이버 검색어 순위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사건이 묻힌 후, 고파스에선 해당 학교에서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등의 비판을 제기하면서 억울해 했다. 분명 우리 학교에서 있었던 성추행보다 죄질이 훨씬 나쁜데도, 왜 이렇게 조용히 넘어가냐는 것이다. 물론 죄질이 더 나쁜 것은 맞다. 그런데 죄질이 나쁘다는 이유로 더 이슈화가 돼야 한다는 말도 과연 맞을지는 의문이다.

본교 의대생 사건만 보더라도 이런 성폭행 사건이 이슈화된다면 피해자는 2차적인 피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성폭행은 친고죄에 해당한다. 피해자의 명예를 존중해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으면 검찰에 기소되지 않을 정도로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중시한다. 그런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주변에서 계속 말하고 온갖 추측성 기사를 내보내는 등 피해자는 또 다시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전개가 뻔히 예상되지만 최소한 내가 봤을 땐, 상당수 학생들은 피해자의 명예보다도 학교의 명예를 더 생각했고 중요시했다.

이런 태도야말로 우리 고려대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이 아닐까. 그저 우리가 당했으니 너희도 당해야 한다는 심보로 한 사람의 소중한 권리는 철저히 외면했다. 사실 고파스를 보면서 ‘이 글들이야말로 이슈화가 돼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보면 집단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고대생이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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