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심사는 보통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먼저 코를 들이대어 구린 냄새가 나는 원고를 걸러낸다. 서사의 품위를 가늠하는 작업이다. 다음으로 휙 던져보아 너무 멀리 날아가는 원고를 걸러낸다. 이를 ‘문장의 공기저항력 테스트’라 부른다. 4에서 5미터 안쪽에 떨어져야 합격인데, 던지자마자 바닥에 툭 떨어진다면 원고 사이에 상품권이나 돈 봉투가 들어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없으면 힘껏 쓰레기통으로 던진다. 그렇게 걸러낸 원고 중에서 별 이유 없이 두세 편을 집어 든다. 그리고 고상한 의미를 막 갖다 붙인다.

이런 과정을 거쳐 두 편이 남았다. 먼저 유지연의 <J의 나라>는 피부색이나 국적, 성정체성 등의 조건에 있어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해 섬처럼 고독한 군상을 다루었다. 무게감에 눌려 자칫 공허해지기 쉬운 주제를 사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여 풀어낸 점과, 도입부부터 과거와 현재의 장면을 교차 배치해 독서의 흥미를 부여하면서도 전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점이 눈에 띠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진지한 노력이 느껴지는 ‘좋은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미진의 <순간을 믿어요>는 우연찮게도 이런 덕목들을 대부분 갖고 있으면서 거기에 성찰의 깊이를 더했다. 우리의 유한한 삶이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상실감’을 서술한 이 소설은 줄기가 되는 사건이 없거나 다소 빈약한 반면, 등장하는 모든 에피소드들에 효율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쉽게 흥분하거나 낙담하지 않는 목소리를 통해 거리감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으며, 문장을 공들여 매만지는 자세 역시 수준 이상이다. 이 소설이 집요하게 보여주는 우리들 자신에 대한 탐험가적 애정, 그러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를 둘러싼 시공의 ‘경계’를 더듬어가는 노력은 문학뿐 아니라 뛰어난 예술작품들이 지녀야 할 가장 소중한 미덕 중 하나다.

훌륭한 소설을 보내준 모든 문학청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어떤 길을 가건, 이번 응모마감을 전후로 하여 느꼈을 아쉬움과 뿌듯함은 오래 기억하길 바란다.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 박형서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