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닥친 졸업 때문에 한동안 막막했다. 그 사실이 나로 하여금 이 글을 쓰게 했다. 학교생활을 마감하기엔 어떤 이야기로도 부족할 것이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집 얘기는 꼭 하고 싶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집을 떠나고 싶었고, 대학을 입학하면서 그 꿈이 실현되는 줄 알았다. 근데 나는 가는 곳만 가고, 보는 것만 보는 사람이어서 눈을 뜨니 다시 집에 돌아와 있었다. 동네를 떠나지 못하는 주위 사람들이 싫었지만 나도 그 중 한명이었음을 인정하기까지, 대학을 다닌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오히려 집과 정든 장소들이 나를 떠나려한다. 뒷산이 하루아침에 평평해지고 폐가가 있던 자리는 공원으로 바뀌어도 기쁘지 않았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기에 나는 아직도 그 언저리에서 원주민답게 꿋꿋이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소설은, 한때는 외면했지만 결코 지울 수 없는 사람들과 장소들에 대한 사죄의 글이다. 내가 가는 곳이 어디든 한정된 곳일지라도 나는 사람들과 영원한 시간을 나누며 지내왔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그 의도가 모호할지라도 최선을 다해 기록하고 싶었다. 그동안 대학생이어서 정말 행복했다. 작은 끄적임으로 소설을 만들었지만, 앞으로 내가 ‘소설’을 쓰고 있다는 걸 자각하며 살겠다. 부족한 소설을 선택해주신 박형서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항상 나를 아껴주시는 부모님과 고대문학회 식구들, 고맙다.
이미진(문과대 한문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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