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문예공모의 시 분야에는 총 28명이 응모하였다. 응모작들은 저마다 자잘한 일상의 체험을 섬세한 눈으로 바라보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고 있었다. 현란한 영상매체와 초고속 정보전달의 압박 속에서도 혼자만의 시간과 사색을 갖으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젊은 영혼들의 언어는 언제나 맑고 아름답다.

하지만 이들의 언어가 시적인 언어로 승화되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려면 다듬고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았다. 우선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시적인 언어가 되려면 자기 생각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서술의 언어는 지양해야 한다. 많은 응모작들이 아직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시는 자기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상을 묘사하는데 보다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생기 있고 생소한 언어의 채집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시적인 인식도 결국 그러한 묘사 속에서 나타나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엇비슷한 응모작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김영완과 박보경의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둘 다 대상을 묘사하고자 하는 시의 기본에 충실하였는데 박보경의 경우 많은 습작의 결과인 것으로 보이는 묘사력이 시의 설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함으로써 완성된 시를 건축해 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김영완은 어촌 지역의 삶의 풍경들을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차분하고 안정된 언어의 보폭을 유지하며 어촌의 생활을 시의 화폭에 무리 없이 옮겨 놓는데 성공하고 있다. 시의 구도와 채색에 필요한 언어구사력도 갖추고 있었는데, 부분적으로 모호하고 안일한 언어와 동어반복이 눈에 띄게 나타나 시의 긴장을 떨어뜨리고 있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꾸준한 언어적 수련이 이어진다면 더 좋은 작품들을 생산해내리라 믿는다.

고형진(국어교육과 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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