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여의 방학이 지나고 새학기가 시작됐다. 아직도 남부지방에서는 수마(水磨)에 할퀴운 생채기가 아물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계절은 벌써 가을로 접어 든 듯 조석(朝夕)으로 쌀쌀함을 감출 수 없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말도 있듯이 학생들에게는 공부하기에 더 없는 계절이다. 개강으로 오래간 만에 만나는 친구, 선후배들이 반가워 술자리를 갖는 것은 좋은 일이나 그것이 지나쳐 학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시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2학기는 개강과 함께 곧 추석이 있고, 또 곧바로 고·연 정기전(定期戰)이 기다리고 있어 자칫 학업에 소홀할 여지가 다분하다. 우리 학생들은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새학기의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각별한 각오로 새학기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학교로서도 이번 2학기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지난 학기 학내·외를 들끓게 했던 총장 선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학교에 제도개선위원회가 만들어져 새로운 총장선출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학내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온전히 수렴해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수협의회 내에서 조차도 서로의 입장차이로 분파간 갈등의 조짐이 보인다는 소리가 공공연히 들린다. 이러한 사실은 신임총장 선출이라는 만만찮은 짐을 안고 출범한 총장서리 체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 향후 학교가 또 다른 분쟁에 휩싸일 여지를 남긴다. 어느 조직의 어떤 문제건 간에 이견(異見)이 존재할 수는 있다. 문제는 다수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수렴해서 반영하는가에 달렸다 할 것이다. 지금에라도 학교는 학교 구성원의 중지(衆智)를 모으는 일에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며, 자신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인양 고수하는 일부 구성원들도 진정 다수의 의견이 무엇인지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