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위기, 유로존 위기 등 잇따른 문제 속에서 2012 다보스포럼의 화두는 자본주의의 대안이었다. 본교 윤성식(정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불교자본주의’라는 생소한 개념을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윤성식 교수가 진단한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에 대한 오해’다. 인간의 이기심이 사회 전체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보이지 않는 손’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고대신문이 불교적 정신이 현재 위기의 해법이라는 그를 만나 불교자본주의에 대해 들어봤다.

- 불교자본주의란
“불교자본주의는 불교의 근본정신을 가지고 세상과 인간을 본다. 불교 세계관의 바탕인 연기사상은 불확실성, 복잡성, 상호의존성, 상대성, 비선형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경제현상은 경제학 교과서에 있는 것처럼 함수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 왜 하필 불교인가
“현재 경제학, 사회과학의 근본적 한계는 인간의 내적 변화를 전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학 교과서에는 자기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전제만이 있을 뿐이다. 불교는 욕망, 집착의 절제하는 수행을 통해서 극단적으로 인간의 변화를 시도한다. 또 부처는 자본, 시장, 사유재산을 인정해 이에 관해 설법했다. 당시 인도에 새롭게 등장한 신흥 상공업자들은 열렬한 불교 지지자였다. 높은 윤리성과 불교적 관점으로 보는 세계관, 시장에 대한 긍정이 불교와 자본주의의 융합을 가능하게한다”

- 탐욕 없이 경제발전이 가능할까
“불교는 무소유를 사랑한다. 그러나 무소유는 소유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소유물에 집착하지 않음을 뜻한다. 불교 신자인 스티브 잡스는 ‘난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지 않았다. 내 가족이 쓸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돈을 벌었더라.’라고 말했다. 불교의 ‘자리이타(自利利他)’ 사상은 개인의 변화와 사회의 발전이 서로 연계되어 있다고 본다. 자기 수행을 통해 공익적인 목적에 힘쓴다면 이윤은 부수적으로 생긴다”

- 시장체제 하의 자본주의는 탐욕을 전제한다. 그래서 예측을 바탕으로 금융정책을 시행하지 않나
“현재 자본주의는 예측을 전혀 하지 못한다. 2008년 경제위기도 과거 대공황도 예측하지 못했다. 경제학은 수학으로 설명하는 매우 단순한 세계를 가정하기 때문이다. 불교는 이 세계가 연기적이라고 파악하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나 과정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원인과 조건에 초점을 맞춘다. 경제가 침체되면 통화량이나 재정지출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기업의 역량과 윤리 강화에 집중한다”

- 불교자본주의적 시장을 묘사한다면
“공정하고 자비로운 시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사회에서 정부는 규제를 통해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시장의 논리에만 맡기면 강자들이 약자들을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또 개개인은 절제하고 자비를 베풀며 산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이것이 어렵기 때문에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모여 경제공동체를 구성한다. 불교경제공동체는 사회에 불교자본주의의 모범을 보이고 사회의 변화를 위해 봉사한다. 정부의 적극적 역할과 불교경제공동체, 이것이 불교자본주의 시장의 두 가지 축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복지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북유럽의 복지국가와 유사하지만 구체적 방법에서 차이를 보인다”
 
- 취업난과 같은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해결책도 있나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시장 자본주의에서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는 사람이 젊은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불교 경전은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진 않는다. 다만 ‘아함부경전’에 의하면 상인에게는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농사꾼에게는 소, 송아지, 씨앗을 주라고 했다. 불교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정부가 나선다. 경전에 의하면 일이 없는 사람에게는 마땅히 일을 주는 것 또한 국가의 역할이다”

- 불교자본주의가 기존 자본주의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기존 자본주의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겠지만 탐욕이 지배하는 이 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분명 존재한다. 불교자본주의는 시장 자본주의에 많은 교훈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부호 워렌 버핏은 지금도 허름한 양복을 입고 젊은 시절에 구입한 작은 주택에서 50여 년간 살고 있다. 비록 그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불교자본주의와 동일한 정신을 보여준다. 이익 그 자체를 넘어선 무엇을 추구하는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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