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가 한국 게임 시장을 강타했다.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다. 해외 외신들도 연일 디아블로3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그야말로 '악마홀릭'이다.

디아블로3 출시 이후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보고 있자면 그야말로 가관이다. 디아블로3 한정판, 디아블로3 일반판, 디아블로3 접속 불가, 디아블로3 해킹, 디아블로3 점검 등 디아블로3 관련 검색어가 연일 포털 사이트를 장악했다. 디아블로3는 순식간에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자리를 꿰찼다.
디아블로3를 개발한 게임사는 미국 어바인에 위치한 게임업체다. 미국 어바인에서 개발한 게임이 불과 하루 이틀 만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 게임 시장을 장악하는 시대다. 불과 보름 만에 블리자드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최소 5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게임업체로서는 디아블로3의 흥행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워낙 게이머들이 기다리던 기대작이었기 때문에 개발 중이던 신작게임들의 출시시기를 하반기로 미뤄야 했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이 안방에서 돈을 쓸어가는 것도 화가 나는 마당에 자기들의 신작 출시에도 영향을 미치니 아니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디아블로3의 뒤를 잇는 2등 게임 역시 외산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라는 점도 한국 기업들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지금 게임시장의 현실이다. 인구 6천만밖에 되지 않는 작은 국가 안에서의 경쟁은 큰 의미가 없다. 글로벌 경쟁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이를 악물고 좋은 게임을 개발하는 길 밖에 없다.

요즘 소위 잘 나간다는 게임기업들을 살펴보면 모두 해외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게임 기업 중 매출 1위 기업 넥슨코리아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67%를 해외에서 벌어 들였다. 매출 2위 기업으로 뛰어오른 네오위즈게임즈도 해외 매출 비중이 54%다. 게임 기업들이 해외로, 글로벌 경쟁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이미 한국 기업들은 자신들이 공략해야 하는 고객들이 해외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400억원, 500억원 이상 개발비를 투자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게임을 만들고 있는 회사가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이미 아시아권은 한국 게임 기업들이 장악했다. 중국 온라인게임 1, 2위는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와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가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열혈강호, 미르의전설2, 오디션, 뮤 등 국내 유수의 게임들이 벌써 수년째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한국 게임이 선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소프트맥스의 SD건담 캡슐파이터, 레드덕의 아바 등이 인기를 끌고 있고 대만에서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와 넥슨코리아의 메이플스토리 등이 인기게임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제페토의 포인트블랭크나 스페셜포스 등이 사랑 받고 있다.

이제는 북미와 유럽에서도 사랑 받을 한국 게임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미 지난 5월 북미에 진출한 국산게임 테라는 디아블로3와 맞서 서서히 이용자층을 늘려가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야심작 길드워2는 론칭하기도 전에 북미 이용자들에게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 외에도 오는 21일 국내 시장에 론칭되는 엔씨소프트의 대작 블레이드앤소울, 천재개발자로 불리는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가 개발중인 '아키에이지' 등은 해외에서도 큰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게임들이다.

해외에서도 한국 게임 회사의 게임 개발력을 인정하고 공동 개발을 원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키지게임 문명의 온라인게임 개발은 엑스엘게임즈가 맡고 있고 EA는 패키지게임 MVP베이스볼의 온라인 버전 개발을 엔씨소프트에 맡겼다.

이처럼 많은 한국 게임업체들이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으로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디아블로3를 보며 칼을 간 토종 게임들이 조만간 전 세계 게임 시장을 강타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증거다.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유일하게 애플을 상대하는 회사가 삼성전자다. 블리자드가 게임계의 애플이라면 삼성전자는 누가 될 것인가? 부디 삼성전자처럼 한국 기업이 되길 기원한다.

허준 아이뉴스24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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