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은 1968년 ‘과학수사 연구단’을 시작으로 2008년 디지털포렌식센터(DFC)를 설립해 과학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검찰청 내 8개 과학수사부서가 지상 6층, 지하 1층 규모의 DFC에 입주해 있다. DFC는 일선의 각종 수사업무를 지원하며 수준 높은 과학수사 역량을 확보, 전문가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DFC는 대검찰청 본관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입구를 비롯해 모든 연구실이 지문인식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드라마 <유령>과도 관계 깊은 시스템운영실로 사이버범죄수사를 담당하는 곳이다. 들어가자마자 넓은 방 한 면을 가득 채운 크고 작은 모니터 화면이 눈길을 끈다. 명호서 수사관은 “이 방 너머 서버실에는 전국 검찰청의 디지털 수사 자료가 보관돼 있습니다. 여기 보이는 각 화면은 데이터양의 증가 추이를 보여주고 있죠”라고 설명했다. 대검찰청에서는 증거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청과 연계해 디지털 증거를 통합관리하며 원격으로 디지털 수사공조를 하고 있다.

DNA분석실은 DNA 추출부터 분석 후 관리까지 오차를 줄이기 위해 모든 과정이 자동화 돼있다. 여러 기계가 선반에 올려져있고 DNA추출기가 중앙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DNA분석실은 2010년 7월 ‘DNA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신설됐다. 대검찰청에서는 범죄자의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후 현장증거물에서 채취된 자료와 대조를 통해 작년 말까지 미제사건 68건을 해결했다. 대검의 유전자 감정은 문서· 마약 감정과 더불어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인정을 획득했다.

문서감정을 담당하는 문서광학분석실에서는 윤기형 감정관이 직접 위조된 차용증을 분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가시광선보다 낮은 파장의 광선을 비추자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던 덧그려진 숫자를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진한 펜으로 지워버린 문자도 같은 방법으로 바탕이 되는 글자를 식별할 수 있다.

마약감식실에서는 성분감정, 소변감정, 마약지문감정과 더불어 국내 최초로 모발감정을 개발해 마약감식을 실시하고 있다. 이재일 감정관은 “모발 감정의 경우 10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언제 약을 복용했는지 알 수 있어 획기적”이라며 “다만 모근이 있는 머리카락이 350가닥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약감식실에서는 2009년부터 한·아세안 마약퇴치지원사업을 통해 아세안 국가의 마약감정관에게 우리나라의 선진 기법을 교육하고 있다. 현재는 싱가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의 마약감정관이 방문해 3주간의 교육일정을 수료하고 있다. 이 감정관은 “과거 국제적 도움을 받았던 우리가 과학수사의 선두주자로서 다른 나라에 도움을 준다는 것에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