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김연광 기자 kyk@kunews.ac.kr
법대 후문 부근 빌라에 거주하는 김보미(가명, 정경대 통계10) 씨는 새벽 귀가 길에 괴한에게 뒤에서 입을 틀어 막혔다. 곧바로 괴한은 보미 씨의 목을 죄었다. 괴한은 보미 씨를 으슥한 쪽으로 질질 끌고 갔다. 보미 씨는 필사적인 힘으로 저항하며 가까스로 소리를 질렀다. 이에 괴한은 도주하여 사라졌다.

참살이길 부근에 위치한 방 3개를 공유하는 옥탑방 형태의 하숙방에 거주하는 박수현(가명, 경영대 경영09) 씨는 현관문은 열어놓았지만 방문은 닫고 있었다. 조용히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괴한이 방으로 들어와 수현 씨에게 다가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수현 씨는 생각지도 못 한 상황에 놀라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괴한을 밀치고 옆방으로 도망가 방문을 걸어 잠갔다. 괴한은 재빨리 현관문으로 뛰어나가 계단을 허겁지겁 뛰어 내려갔다. 

성범죄는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의 불안요소다. 학업을 위해 자취나 하숙을 하는 1인 가구 여대생은 특히 더 걱정이다. 성범죄자들은 급증하는 여성 1인가구를 노린다. 7월 18일 오전 9시 안암동의 한 연립주택에 사는 회사원 김 모 씨(여 · 23세)가 창문을 통해 갑자기 집에 들어온 임 모 씨(남 · 27세)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국의 여성 1인 가구 수는 1995년 93만 2000가구에서 2010년 221만 8000가구로 133% 증가했다. 올해 3월 서울시가 25~49세 여성 1인 가구 57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 응답자의 77%가 ‘성폭력 등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뽑았다.

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 발생장소에 주거지가 26.6%를 차지한다. 이에 성북경찰서 박영근 홍보팀장은 “자취 지역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집을 구할 때 출입구 또는 현관문이 허술한 집을 고르는 것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며 “출입 안전과 관련된 사항을 집주인에게 반드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약 지역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방범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북구청과 성북·종암 경찰서는 CCTV를 매년 10대 이상 신설한다. 2011년 23대를 설치했고, 2012년에는 10대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및 공원과 같이 범죄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 우선 설치할 예정이다. 성북구에 10년간 설치된 CCTV수는 114개이다. 그럼에도 인구당 CCTV수는 서울에서 두 번째로 적다. 기존의 CCTV는 디지털로 교체하고 유지, 보수하고 있다. 성북구청 토목과 이기철 씨는 “CCTV 개선 운영뿐만이 아닌 보안등 및 가로등 개선을 위해 상시점검을 하고 있다”며 “보안등 및 가로등의 미비한 부분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24시간 내로 출동해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자취 구역 중 밤 시간대에 운영하는 보안등 및 가로등의 사각지대는 한계로 지적된다. 입주자의 빛공해 피해로 인해 빛의 사각지대에 등을 설치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보안등 및 가로등을 설치할 수 없는 사유지의 주차장 같은 공간은 사유주가 독립적으로 등을 설치해야 한다. 교내의 경우 국제관과 인촌기념관 사이의 골목, 교육관과 공사 중인 현대자동차 경영관 사이의 계단, 중앙도서관에서 경영관으로 내려가는 계단 등의 조명이 밝지 않다. 이로 인해 법대 후문 부근에 자취하는 학생들은 밤 시간대에 귀가하는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본교는 양성평등센터에서 봄, 가을에 센터 성범죄 예방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성범죄 예방을 위한 온라인 교육도 실시 중이다. 특정 강의가 휴강됐을 시, 특강 신청을 받아 성인지 프로그램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본교는 2013년 필수교양 과목으로 <성인지감수성> 과목을 개설할 예정이다. 또한 본교는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을 통해 성범죄 피해자가 수치심을 갖고 신고하지 않는 경우를 줄이고 있다. 이 규정에선 피해자의 대리인 또는 제 3자가 양성평등센터에 피해신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책의 대부분이 예방보다 사후에 치중돼 있다. 성북·종암 경찰서는 밤 시간대에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순찰을 실시하고 있지만 대학생 자취 구역을 집중적으로 순찰하지 못하고 있다. 성범죄 노출 가능성이 많더라도 강도·폭력 등의 범죄 발생률이 더 많은 구역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본교는 양성평등센터가 지역구민의 성평등 함양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지만, 성북구청 및 경찰서와의 성범죄 예방을 위한 공동 대응책은 아직 없다. 그리고 본교는 교내 지역에 캠퍼스폴리스를 운영하고 여자화장실 비상벨 보유 등 교내 지역의 성범죄 예방하고 있지만 자취 구역과 같은 교외 지역의 성범죄 노출 위험에 대한 학교 차원의 예방 대책은 없는 상태이다.

한편 성범죄 예방을 위해 스스로가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양성평등센터 직원 노정민 씨는 “피해자 스스로가 성범죄를 예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성범죄 중 술과 관련된 범죄가 많다. 술에 너무 취해 귀가해 성범죄에 노출되거나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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