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영(과기대 컴퓨터정보10) 씨는 첫 번째 만남장소에 오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신문에 자신의 이야기가 실린다는 부담과 무슨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함에 긴장됐다. 분명한 것은 1702호에 실린 서금영 멘토의 짤막한 인터뷰 기사에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던 것과 멘토를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것이었다. 궁영 씨에게 전공과 꿈의 거리는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영어교사가 돼 아이들에게 세상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알려주고 싶은 그녀에게 컴퓨터정보학과는 어떤 관련도 없었다.
서금영 멘토는 ‘하고 싶은 일을 직업에만 한정 지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 궁영이는 꿈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아요.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어떤 직업에만 한정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나의 꿈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었어요. 8살짜리 꼬마가 보기에도 당시의 시대상황은 굉장히 부조리했죠. 그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 끝에 나온 답이 기자였어요. 기자가 되면 우리 사회를 더 잘 알게 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기자 생활 후 남은 것은 회의감뿐이었죠. 기자를 그만두고행정고시를 준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고시 실패로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얻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제 꿈은 기자, 공무원이 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바꾸고 싶은 것이니까 다른 길을 찾기만 하면 됐죠. 그래서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게 됐고 정책관련 인식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정부에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멘티 둘의 공통된 고민이었다. 황수환(정통대 컴퓨터통신11) 씨는 동기보다 나이가 조금 많다. 수능공부를 오래했고 다른 대학도 다니다가 24살에 본교에 입학했다. 5년간 놀지도 못하고 공부만 하다가 대학에 입학하니 너무 즐거웠다. 스킨스쿠버동아리, 축구동아리, 북한인권위원회, 멘토링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과 생활비 마련을 위한 과외, 학과공부 등 너무 많은 일을 벌려 놓았다. “그러다가 정리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활동들을 그만두고 공부를 해보았지만 학점이 제 맘처럼 나오지 않아 속상하더라구요”

“뻔한 이야기 같지만 사는데 학점이 중요한건 아니에요” 서금영 멘토도 대학생 때 정말 많은 활동을 했다. 기자에게 자신의 약력을 소개하기위해 대충 정리한 것이 A4용지 두 장을 너끈히 넘길 정도다. “사실 졸업 학점이 3.0을 넘지 못한 것이 당시엔 불안하기도 했지만 입사 서류전형은 거의 통과했어요. 남다른 자기소개서 덕분이었겠죠. 자신이 남과 다른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대체불가능한 인재’란 것을 알려야해요. 교환학생, 해외인턴 같은 ‘스펙’만 쌓은 사람은 대체 가능해요. 과학동아 기자시절 취재차 일주일간 호주에 갔었어요. 시드니에선 택시를 타면 30분 안에 아무리 먼 지역이라도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서 하루에 3곳도 관광할 수 있죠. 반면에 한국은 남산 한군데 갔다 오면 바로 호텔로 가야해요. 저는 한국 교통상황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일주일을 있다 와도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나’는 대체 불가능한 거죠”

어떤 선택의 갈림길에서 서금영 멘토의 판단 기준은 ‘내가 이것을 했을 때 후회할 것인가 안할 것인가’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건강하게 살아도 후회하면서 사는 인생은 불행해요. 하기 싫은 일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즐기면서 일하는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죠. 학점이 보여주는 수치에 자신을 얽매이면서 고민할 필욘 없어요”

멘토의 말을 듣고 수환 씨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수환 씨는 여러 번 대학입시에 실패를 하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많은 고민을 했다. 긴 고민 끝에 나온 답은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면서 따뜻한 세상을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었고 그 방법은 그동안 주변 상황 때문에 포기해왔던 꿈인 음악을 하는 것이었다.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다시 수능을 보고 지금에까지 왔지만 전 아직도 음악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바꾸고 싶어요. 아직까지 제 전공을 통해선 어떻게 세상을 따뜻하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사실 수환이뿐만 아니라 많은 이공계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저도 그랬고 제 후배들도 같은 이유로 제게 고민 상담을 해요. 저는 오히려 전공이 자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만약 컴퓨터공학 전공생이 영화감독을 하면 SF영화를 더 실감나게 찍을 기회를 얻는 셈이죠. 사실 어떤 과든지 자신의 전공을 직업으로 갖는 경우는 적잖아요” 

궁영 씨는 이번 학기에 천체관측 소모임을 만들었다. “작년까진 학점에만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제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천체관측 소모임을 시작했고 제가 1기 멤버라는 게 자랑스러워요. 멘토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제가 잘하고 있구나하고 위로를 받은 느낌이에요” 궁영 씨의 말에 멘토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헤어지는 길,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은 후 새로 생긴 그룹 채팅방에는 ‘잘생기고 예쁜데다 마음씨까지 따뜻한 후배들과 촉촉한 대화를 나눠 즐거웠다’는 멘토의 마지막 말이 멘티들의 마음을 더 따뜻하게 했다.

 

 

다음 만날 때까지 약속
일기 쓰기. 서금영 멘토는 일기를 쓰면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정리해 볼 수 있다며 일기 쓰기를 과제로 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에세이 형식으로 써도 좋고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도 좋다.

소중한 인연 만나기 ‘소나기’
이번학기 고대신문에서 소중한 인연을 맺을 수 있는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원한 멘티들은 멘토를 만나 자신들의 고민과 걱정을 털어놓고 조언을 얻을 것입니다. 이번에 고대신문이 만난 서금영 멘토는 본교 산림자원환경학과 97학번으로 입학해 과학동아 기자를 하다가 현재 한국갤럽 연구원으로 있습니다. 다음 주는 LG패션 머천다이저 신원섭 멘토가 여러분을 찾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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