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양승우 전문기자
국제사회는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생물다양성협약(CBD)’을 채택했다. 이후 서식지 파괴, 기후변화 등으로 자연생태계가 지속적으로 파괴되자 생물다양성 관리와 보전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유엔총회는 2010년을 ‘세계생물다양성의 해’로 선포했다. 생물다양성은 우리 삶에 필수적인 생산물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은 이전부터 강조돼 왔으나 그 가치를 인식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시장경제체제에서는 시장에서 매매되는 상품의 가격으로 가치를 따지게 된다. 생물다양성은 시장에서 매매되기도 전에 우리에게 중요하게 활용되거나, 시장에서 매매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유엔은 2001년부터 ‘새천년생태계평가’를 주도적으로 실시해 자연보존에 경제 개념을 도입한 ‘생태계서비스’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는 인류복지에 생태계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생태계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증진시키는데 필요한 행동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줬다.

생태계서비스의 4가지 범주
‘새천년생태계평가’는 생태계서비스를 4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지난 50년간 인류가 생태계 서비스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4가지 범주는 △지원 △공급 △조절 △문화로 이 4가지 범주 안에 24가지의 세부적인 서비스가 포함된다. 지원은 가장 큰 범주의 효용이자 생태계의 가장 기본적인 생태기능으로 토양의 생성 같은 것이다. 공급은 지원의 서비스로부터 인간에게 음식, 마실 수 있는 물, 연료 등을 공급하는 것이다. 조절은 기후조절, 홍수조절, 질병조절 및 수질 정화 등의 조절기능을 말한다. 문화는 자연경관이 종교나 성소 같은 장소로 서비스되는 것을 말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10년 우리나라 산림의 생태계 서비스 가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산림은 기능별로 수자원함양기능 18조 5000억 원, 대기정화기능 16조 8000억 원 등 모두 73조 원이 넘는 가치가 있다. 산림의 공익기능은 국내 총생산 GDP의 7.1%, 농림어업 총생산의 3.1배, 임산물 총생산액의 17.9배로 국민 1인당 연간 150만 원 상당의 산림환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생태계서비스의 측정과 시사점
생물다양성과 같이 가치는 있지만 시장에서 사고팔지 않는 재화는 여행자비용법과 지불의사금액 추정을 통해 가치를 매긴다. 생물다양성의 경우 생태가 잘 보호된 호수로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교통비, 여가활동비 등 여행비용으로 그 가치를 매기는 것이다. 여행자비용법은 사용가치만 따지므로 실제로 호수로 여행을 가지 않아도 그 호수의 가치를 인식하는 사람의 ‘비사용가치’는 포함하지 않는다. 지불의사금액 추정은 생물다양성에 대해 자신이 얼마만큼 가치를 느끼는 지, 자연생태계를 유지하기위해 자신이 얼마나 비용부담을 질 것인지에 대한 평균값을 구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자신의 지불의사가 실제 행동을 해야할 때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생물다양성과 자연자원의 가치를 증명하고 측정하는 일은 매우 복합적인 문제지만 환경경제학의 발달로 서서히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모두 평가하고 있지 못해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조용성(생명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한 번 가격으로 매기면 번복이 어렵고 잘못된 정책결정이나 의사결정을 야기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생물다양성의 보호에 드는 비용에 대한 편익을 설명하기위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생태계서비스 측정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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