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기가 시작했다. 교정 곳곳에서 반가운 맘에 서로에게 인사를 청한다. 오랜만에 뵙는 교수님께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기도 하고, 동기와 후배들에게는 간단한 눈짓과 손동작만으로 안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이것은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몇 가지 몸짓들에 대해서 그 뜻을 오랜 세월 약속해 온 덕택이다. 시각적인 신호 역할을 하는 그런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행위들은 특정한 감정 또는 태도를 나타내는 수단이면서도, 이전부터 전하여 내려오던 관습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정한 대상 혹은 그것의 행위를 눈을 통해 지각하고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 중에는 바로 그런 축적된 인습의 개입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모처럼 만난 친구가 오른손을 건네며 악수를 청한다. 악수는 여성보다는 남성들에게서 흔하게 사용되는 인사법이다. 또한 왼손보다는 오른손이 주로 사용된다. 필자 역시 오른손잡이인 까닭에 피치 못할 경우를 제외한다면, 악수는 당연히 오른손으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익숙해져 온 것 같다.

인류 풍속의 역사를 들추어보면, 이런 당연한 동작은 서양사람들이 우정을 뜻하기 위해 표현한 제스처에서 유래하였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칼이나 총 등 무기를 사용하는 손인 오른손을 상대방에게 선뜻 내밈으로써 행여 있을지 모를 적대의 감정을 가라앉히는 셈이다. 부하가 상관에게 하는 군대식 경례도 유사한 배경을 가질 것이다. 한편, 자유와 인권을 향한 인류의 투쟁을 기록한 시각물에 나타난 오른손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억누름을 뚫고 일어서려는 결연한 대항의 상징물로 기억된다. 아무튼, 우리의 손은 다양한 의사소통 도구임에 틀림없다.

국가대표 축구팀 어느 선수의 골 세러모니처럼, 검지손가락 하나만을 치켜세워 입술을 지긋이 누르는 자세를 도서관에서 보면 우리는 그 손의 의미를 어떻게 파악하는가? 물론 축구경기장이 아닌 이상, ‘정숙해야한다’는 뜻을 전달한다. 아울러 그래야만 하는 공간 속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또한, 서양식 도서관의 기원이 수도원이나 종교 사원 같은 침묵의 공간이었음을 암시한다.

이처럼 신체적 활동이 전하는 언어적 발화는 지식과 경험이 혼융되는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중요 영역이다. 하루하루가, 모든 사물들이 촘촘하게 엮어진 그 소통의 구조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서 음성을 대신한 단순한 몸짓 기호라 할지라도, 주변에서 꾸준하게 그 몸짓에 의미를 덧붙이고 삭제하는 시공(時空)의 움직임이 있다. ‘이미지’를 알게 해주는 또 다른 세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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