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가서 내가 빛났다
 -󰡔고대신문󰡕 창간 65주년에 부쳐
                           강연호(시인, 국문 81학번)

너에게 가서 내가 빛났다
한 시절의 어둠 속에서 나는 홀로였다
아무데도 눈 둘 곳 없어 어리둥절한 불우였다  
언제나 멀리서 흐린 배경처럼
나는 그저 가만히 네 뒤에 숨어 침묵하고 싶었으나
이윽고 너와 나는 나란히 섰다
너의 눈짓이 나를 불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너의 손짓이 나를 가리켰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맨처음의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잡은 너
맨처음의 떨리는 손으로 네 손을 맞잡은 나
네가 두른 팔의 뜨거움은 역력히 기억한다
우리는 어깨를 부볐고 스크럼이었고 행진이었고
마침내 포옹이었다
포옹는 누가 시작하든 결국 함께 하는 것
포옹은 누가 제안하든 결국 하나가 되는 것
포옹은 내가 너에게 빛이면서 배경이 되는 것
포옹은 네가 나에게 배경이면서 빛이 되는 것
이제 기억한다, 너에게 가서 내가 빛났다고 말하지 않아도
세상의 모든 동행이
세상의 서늘한 이마를 뜨겁게 만지는 약속이란 것을
고대신문 65주년, 활자와 잉크가 사라진다 해도
모니터와 마우스가 춤춘다 해도
너에게 가서 기어이 내가 빛날 것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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