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대학생들이 쓴 소설을 여러 편 읽었다. 스마트폰 세대들의 소설이란 어떤 것일까, 제대로 된 문장들을 만날 수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뜻밖에 반듯한 문장으로 된 흥미로운 작품들이 꽤 있었다. 세상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결말에 개연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지만, 그래도 젊은 감각으로 세상을 만나는 치기와 아픔이 눈여겨 볼만 했다. [소년시대], [첫숨], [자몽], [David], [Doglover] 등은 그러한 결점 탓에 선에서 제외되었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들이었다.

  [호밀빵의 티스픈]은 평범한 듯 하지만 성실한 작품이었다. 스마트폰시대에 하숙집 방 앞에 메모쪽지를 붙이는 방식으로 이어지는 관계가 시대적 의미를 지니는 것 같고, 그 관계의 오해와 실패의 과정이 비교적 무리없이 서술되고 있다. 아버지의 사고를 클라이막스를 위한 계기로 삼은 것까지 좋았는데, 그 이후 밤새 작성한 거절의 편지나 편지를 받은 여학생이 투신을 하는 사건 전개는 무리가 많다. 특히 한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소설 속이라 하더라도 사람이 함부로 죽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패러디한 제목에서도 재치가 엿보인다.

  [우리는 아직]에는 나와 너, 그리고 선희와 정우 네 사람이 등장하는, 여고생의 동성애적 풋사랑의 실패담이다. 그러니 서사라고 할 것 까지도 없는데, 사실 이것이 이 작품의 심각하고도 유일한 흠이다. 그러나 서사의 허약 말고는 이 작품의 수준은 매우 칭찬할만 하다. 이 작품은 사랑의 심리에 대한 깊은 체험과 이해 그리고 그것을 문장으로 번역할줄 아는 뛰어난 문장력을 보여준다. 사랑이라는 좁은 테두리이긴 하지만, 인간의 내면과 그 주변의 반응 그리고 순간순간의 심리적 기미들을 이처럼 선명하게 포착하는 문장력은 기성작가들의 솜씨를 빰친다. 글쓴이는 작중 인물의 미칠듯한 심리를 한걸음 물러서서 냉정하게 그러나 실감나게 그려낸다. 나의 체험이건 남의 체험이건 세상과 사람의 모습을 이처럼 파악해낼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런 사소한 감정과 기미에 대한 깊고 섬세한 이해가 결국은 좋은 작가의 바탕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아직]이라는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을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이남호 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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