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 안녕. 당신을 보내고 나는 작게 속삭여본다.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계세요. 가는 이와 남는 이의 인사말이 다른 나라는 그렇게 흔치 않다. 신호등 너머 무수히 닮은 얼굴들 사이로 흩어지는 당신을 보며 결심한다. 당신이 내 밖으로 떠도는 동안 보았던 세상의 결을 한 모금씩 꿈속에서 들이키겠다고. 잘 남아있겠다고.

 태생이 벙어리이기 때문에 활자를 빌려 말할 수밖에 없었다. 소리로 울리지 못하는 말들은 움트기보다는 뜨겁게 여물기 일쑤였다. 사향고양이처럼, 아직 태어나지 못한 열매들을 속에서 천천히 녹였다가 정성스레 툭 툭 다시 내뱉었다. 그러다가 허물고, 허물고, 허물고……. 그림자에 녹아 없어진 그 옹알이들의 냄새를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날것의 싱그러운 비린내를 잃고 싶지는 않다.

 연필을 쥐고 종이에 마음을 쏟아내던 어린 나를 꼭 안아주고 싶다. 이방인인 나를 품어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다시 종이를 마주할 용기를 주신 최동호 교수님, 다 익지 않아 아직 아린 시를 보아 주신 고형진 교수님에게도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 당신을 떼어낸 자리에 무엇으로 뿌리내려야 할까. 여전히 말할 수 없는 나는 단어를 되새김질하고 있을 것이다.

반순웅 문과대 국제어문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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