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양도성(서울성곽)은 역사도시 서울의 정체성을 규명하고 정립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사문화자원이다. 조선건국 초에 태조는 한양을 조선의 새로운 도읍지로 정하고 개경에서 천도한 후 궁궐과 종묘사직을 포함하여 도성시설과 도로 등을 건축하고, 성벽을 축성하기 위해 도성조축도감(都城造築都監)을 설치하여 이듬해 태조 5년(1396년)년 공사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서울 한양도성이 처음 축조된 후 약 25년이 지난 세종4년(1422년) 무너진 구간을 보수하고 토성을 석성으로 개축하는 대규모의 수축 공사가 이루어졌다. 통상 서울 한양도성은 성벽의 형태를 기준으로 태조연간, 세종연간, 숙종연간의 성벽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숙종 이후에도 영조, 정조, 순조, 헌종, 고종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성벽의 수축공사는 지속되었다. 한양이 조선의 도읍으로 결정되고 궁궐과 도시기반시설이 건설된 이래 내사산의 능선을 따라 성벽이 축성됨으로써 비로소 도성으로 온전한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성벽 축성의 역사적 층위는 서울 한양도성의 갖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다. 서울 한양도성은 단순히 도성의 경계를 규정하거나 도성을 방어하기 위한 도시구조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조선시대 성곽은 방어의 기능이외에도 점차 성곽 자체가 국가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가면서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성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더 강화되었다. 그러나 서울 한양도성은 일제강점기 서울의 도시 확장 및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본격적으로 훼철되기 시작하였다. 먼저 전차노선을 따라 성벽들이 철거되었고, 도성밖에 새로운 주거지들이 개발되면서 성벽의 훼철은 가속화 되었다. 서울 한양도성은 약18.627km의 길이로 축성되었으나 현재 약13.4km구간의 성벽이 남아있고 지속적인 복원사업을 통해 옛 모습을 회복해 가고 있다. 이중 약12.4km 구간이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훼철된 성벽의 복원작업은 1961년 창의문 일대의 보수공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2006년 서울성곽 중장기 종합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한 이후 세부계획으로 서울 한양도성에 대한 형상화 계획을 마련하여 지속적인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 한양도성 뿐만 아니라 성곽주변에 대한 도시경관관리를 위한 계획도 수립 중에 있다. 이는 서울 한양도성이 갖는 역사도시경관으로서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함이다. 서울 한양도성이 갖는 가치는 크게 네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내사산의 지형·지세를 이용한 성벽건축과 그와 더불어 형성된 역사도시경관이며, 둘째, 수백년 동안 지속되어온 성곽축성의 역사적 층위이며, 셋째, 수차례의 수축과정에서 발전된 성곽축성술과 다양한 기록들, 끝으로 서울 한양도성을 배경으로 창작된 많은 회화와 문학작품 등이다. 그 속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도성에 대한 인식 및 시각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서울 한양도성의 복원은 단순히 성벽의 물리적 형태를 회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울 한양도성이 품고 있는 다양한 가치, 즉 지형과 지세를 이용한 뛰어난 축성술, 기록문헌, 우수한 회화와 문학작품,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삶과 경험(기억) 등을 회복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이제 서울 한양도성은 그 가치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인류와 함께 보존하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세계의 모든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만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갖추어야 하고 그 가치의 진정성(Authenticity)과 완전성(Integrity)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운용지침에 맞춰 보호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서울 한양도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면 서울 한양도성은 국가, 소유자, 그리고 세대를 초월해서 인류의 소중한 유산으로 공동 관리될 만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서울 한양도성의 복원은 단순히 물리적 형상만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다양하고 소중한 가치를 세계인들과 공유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복원노력과 더불어 서울 한양도성을 활용적 측면 못지않게 유산으로서 좀 더 잘 보존하려는 노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서울 한양도성이 온전한 모습으로 회복되어갈 때 그 가치는 미래세대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영수 서울시립대 연구교수, 서울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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