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B의 ‘꿈을 뺏고 있는 범인을 찾아라’. “일기 주제를 ‘내 꿈을 뺏고 있는 범인은?’이란 내용으로 써보도록 해요”라는 멘토의 말을 듣고 바로 떠오른 노래이다. 작년 가을, 이 노래가 처음 나왔던 그 날 우연히 듣게 되었고, 노랫말에 적잖은 공감을 했던 일이 떠올랐다.(중략)나는 나의 행복을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나의 기우에 미루어 버리지 않았었나.
                          -2012년 9월 29일, 남궁영(과기대 컴퓨터정보10)씨의 일기 中

첫 번째 만남에서 ‘일기쓰기’를 과제로 내준 후 서금영 멘토 역시 같은 노래를 듣다가 멘티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 꿈을 뺏고 있는 범인은?” 신기하게도 바로 영이 씨에게서 “범인은 ‘나’ 자신이 아닐까요”하고 답장이 왔다. “역시 나의 멘티. 텔레파시가 통했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일기에 같은 노래를 적고 멘티의 이야기와 나의 꿈을 적었죠” 서로 비슷한 고민을 안고 그것에 공감한 사람들은 역시 달랐다.

황수환(정통대 컴퓨터통신11) 씨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향해 음악, 멘토링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지금 자신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이 두렵다. “변화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지금 내가 좋아하는 모습들이 사라질까봐 망설여져요. 제가 원하지 않는 기성세대의 모습과 똑같이 된다든지 나의 장점들이 세파에 흔들려 사라진다든지 하는 거요” 

“나는 수환이가 본인이 걱정하는 만큼 변하지 않을 거라 확신해요. 지금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변하지 않을 수 있는 잠금장치가 될 거에요. 다만 반성하는 것보다 더 나아가서 행동하고 실천으로 옮기도록 노력해야겠죠” 여전히 젊었을 때 가졌던 ‘세상을 바꾸겠다’는 순수한 꿈을 잃지 않은 멘토를 보며 수환 씨는 정말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반성만 하고 생각만 하는 것은 이제 그만 할래요. 큰 비전 아래 창조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원래부터 일기를 써왔던 영이 씨는 멘토와의 만남 후 감정을 기록한 것과 구분해 ‘꿈’에 관련된 일기를 따로 정리해 모으기 시작했다. 참된 교사가 되고 싶어 ‘교육’ 폴더도 따로 있다. “요즘 교사의 리더십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한 명도 빠짐없이 참여와 열정을 끌어내려면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할지 고민이에요”    
다른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영이 씨지만 집단을 위해서 가장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개인의 성격을 어떻게 고려해야 할지 항상 고민한다. “영이는 이미 본인의 리더십을 굉장히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군기반장처럼 닦달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적인 관계라든가 습성을 파악해 동기부여를 하는 것도 중요한 리더의 역할이에요” 멘토는 많은 사회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다루도록 조언했다. “제가 생각하는 사회생활을 잘하는 방법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에요. 기자를 할 때도 취재원과 의견이 다를 때 싸우려고 들지 않고 ‘그럴 수 있겠네요’ 동조하고 추임새를 넣었어요. 그랬더니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짧은 시간에도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었죠. 다른 사람하고 이야기 할 때는 그 생각이 맞다 틀리다 판단하기 전에 그럴 수 있다는 전제를 갖고 대해야 해요”

어머니의 삶. 외할머니의 구박과 매질에도 순종하며 인내했던, 공부하는 언니와 다른 동생들을 위해 대학교도 포기하고 생활비를 마련했던, 결혼하고서도 이어지는 지독한 가난에 대한 모욕을 이 악물며 인내했던, 힘든 세상에 그 누구와도 단절된 장맛비처럼 끝없이 떨어지는 외로움을 되새김질하며 버텨왔던, '하고 싶은 것' 이라는 것은 마음속 사전에서 지워야했던 삶. 내가 고려대학교라는 대학을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식구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안해하고 감사하자.
                                              -2012년 10월 3일, 황수환 씨의 일기 中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요즘 수환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어머니에 대한 일기가 멘토의 눈에 띄었다. “저도 수환이랑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집안 환경이 좋지 못했던 때에 나는 부모님의 꿈을 대신할 ‘꿈나무’였죠. 어머니의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어 더 노력하고 고민했죠. 그래서 가족을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긍정적이고 희망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일기를 쓰다 보니 멘토의 말이 이해갔다. 지금까지 생각만 하던 것을 글로 적으니 내안에서 정리가 됐다. 수환 씨는 “제 꿈에 대한 것을 일부러 맨 앞에 써서 정리했어요. 일기를 펼쳐볼 때마다 한 번씩 읽어볼 수 있도록 말이죠”라고 말했다. 다음 만남까지 멘토와 멘티들은 라틴어를 공부해오기로 했다. 요즘에 뭔가를 배우고 싶어 라틴어를 독학해야 겠다고 생각해 책을 샀다는 멘토의 말에 영이 씨와 수환 씨가 자신들도 라틴어를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양의 한자를 공부해야 하는 것처럼 서양의 라틴어는 영어나 다른 언어의 기본이니까”라고 멘티 둘은 동시에 대답했다. 영이 씨가 자신의 롤모델로 김용택 시인을 얘기할 땐 멘토의 가방에서 김용택 시인의 시집이 나왔다. 만남의 횟수는 적지만 셋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닮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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