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학생회관 동아리실에서 고대문학회가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토론만 중요시해서도 안 되고 독서만 중요시해서도 안 된다. 토론과 독서는 수레의 바퀴 새의 날개와 같아서 한 가지만 버려도 학문을 할 수 없다” 18세기 책을 사랑한 조선의 임금 정조는 이렇게 말했다. 수 세기가 지난 요즘에도 이는 유효하다. 토론과 병행되는 독서는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고 객관적인 시선을 형성하는 원동력이 된다. 혼자서 책을 읽는 것도 의미 있지만 여럿이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할 때 그 의미는 배가 된다. 교내에도 학생들이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하는 다양한 모임이 있다. 그 중 고대문학회, 호박회, 독서스터디를 만나 독서토론과정과 의미에 대해 들었다.
 
고대문학회
다소 좁고 허름한 동아리실. 그러나 방 안은 문학을 향한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1955년 창립 이래 60여 년의역사를 자랑하는 중앙동아리 고대문학회의 목요정기세미나의 모습이다. 9일 열린 정기세미나에는 7명이 모여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두고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졌다. 동아리원들은 각자의 감상을 에피소드별로 엮어갔다. “주인공 개츠비는 어쩌면 자신의 욕구에만 충실한 사랑을 했던 건 아닐까요?” “개츠비는 성경에 등장하는 호세아와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해석을 유도하고, 인물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며 끊임없이 토론이 이어져갔다.

고대문학회는 문학작품을 같이 읽고, 이야기하고, 즐기는 동아리다. 매주 목요일마다 모여서 세미나를 하고, 화요일에는 회원들이 창작한 작품에 대해서 합평회를 한다. 책은 회원들이 추천한책중에서토의를 통해 선정한다. 시화전시활동, 문집간행활동도 하고 있다.

동아리에는 문학이 ‘좋아서’만이 아닌 다양한 이유로 학생들이 입부해 활동한다. 신두현(자유전공학부 11) 씨는 “전 문학을 열성적으로 좋아해서 들어온 게 아니에요. 다만 ‘문학을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문을 두드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조효정(사범대 가교12) 씨는 잊혀져가는 대학생활의 ‘낭만’을 쫓아왔다. “저는 90년대 대학생활을 동경했어요. 그래서 대학에 오면 꼭 그런 생활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지요. 하지만 막상 대학에 오니 제가 생각한 활동을 할 곳은 이곳밖에 없더라고요.”

문학회 활동을 통해 얻는 것을 묻자 조효정 씨는 문학회원답게 비유를 이용해 답변했다. “사진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남긴다면, 기록은 나의 생각을 찍는 사진이 아닐까 해요. 저는 매주 토론 내용을 정리해 모아두고 있어요. 이 기록을 돌아보면서 과거의 날을 되새김질 하는 것. 그것이 문학회에서 얻는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두현 씨는 “문학을 읽는 이유는 아직 찾지 못했어요. 하지만 문학회에서의 토론활동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있죠. 문학을 향한 나의 여정은 현재진행형입니다”라고 말했다.

▲ 7일 LG-POSCO경영관에서 호박회가 <목민심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독서토론동아리 호박회(虎博會)
 독서토론동아리인 호박회(虎博會)의 ‘호박’은 본교의 상징인 호랑이(虎)와 박식함(博)을 뜻한다. 박학다식한 호랑이가 되자는 의지와 호박처럼 둥글둥글한 사람이 되자는 뜻이 모두 담겨 있다. 계영국(공과대 화공생명07) 씨는 “직접 만나 진지하게 소통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지식은 물론 생각도 깊어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호박회는 1965년 처음 창립돼 20여 년간 이어져왔지만 1980년대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로 중단됐다. OB멤버인 이두희(경영대 경영학과) 교수와 최동호(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비롯한 호박회 초기 멤버들의 노력으로 2010년 12월 1기 모집을 시작했다.

도서 선정은 기존 회원들이 6권, 지도 교수가 1권을 맡고 나머지는 신입회원들에 의해 결정된다. 호박회는 매주 한 번씩 모여 자유롭게 사회, 발제, 서기를 맡아 선정된 책에 대해 토론한다. 토론 주제는 책의 내용을 포함해 다양하다. 안성민(경영대 경영11) 씨는 “토론을 하며 사회적인 이슈뿐만 아니라 사랑, 공포증, 콤플렉스 등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도 나눠요. 호박회는 친한 친구에게도 못하는 이야기를 멤버들에게 털어놓을 만큼 가족적인 분위기가 매력이에요”라고 말했다. 

매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회원들은 다양한 지식을 경험하고 독서의 폭 또한 넓힌다. 안성민 씨는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각과 심정을 이해하게 되면서 함부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판단하지 않게 됐어요. 책을 통해 남을 이해하는 인성을 기른거죠”라고 말했다. 강보성(경영대 경영10) 씨는 전과는 달리 넓은 독서의 폭을 경험하고 있다. “전에는 자기계발서와 고전을 위주로 읽고 소설책은 쓸모가 없다고 여겼어요. 하지만 독서토론을 통해 소설 속에는 재미도 있지만 인생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대학원생부터 교수님들까지 참여하는 다양한 학과와 연령대의 구성은 호박회만의 매력이다. 안성은(생명대 환경생태09) 씨는 “다양한 학과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토론할 때 수업시간에 배운 지식을 서로 공유하며 혼자 읽어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소규모 독서스터디 문수찬(문과대 한국사08), 장수영(미디어09), 최일섭(생명대 식품공학08), 문다희(문과대 중문10) 씨
소규모의 독서스터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만든 작은 규모의 독서스터디도 있다. 장수영(미디어 09), 문다희(문과대 중문10), 최일섭(생명대 식품공학08), 문수찬(문과대 한국사08) 씨는 3주 전부터 매주 독서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 5월에 처음 시행되는 제 1회 한국독서능력검정 시험을 목표로 한다. 장수영 씨는 “무작정 책을 읽는 것보다 목표가 있는 게 나을 것 같아 한국독서능력검정시험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정말 책을 읽고 공부하는 독서‘스터디’에요” 도서 선정은 한국독서능력검정 대상 도서목록을 바탕으로 한다. 지정 도서는 총 100권으로 인문교양, 경제경영, 자기계발, 문학 등 총 네 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매주 각 카테고리에서 한 권을 골라 정해진 회원이 발제문을 준비하고 각자가 책에 관한 문제를 준비한다. 

독서스터디는 아직 세 차례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편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적은 인원인 만큼 같은 시간동안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장수영 씨는 “정해진 시간 외에도 자주 만나 친목을 다져요. 덕분에 만난 횟수는 적지만 벌써 친해지고 좋은 분위기에서 토론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일주일 단 한 번의 만남이지만 독서스터디가 스터디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문다희 씨는 “내가 선정한 책 이외의 책을 읽기도 하고  준비한 발제문이나 생각을 정리하면서 글도 늘고 지식도 쌓였어요” 평소 자기계발서와 문학을 위주로 편독을 했다던 최일섭 씨는 다른 분야의 책을 접할 기회를 늘리고 있다. “평소 자기계발서나 문학을 좋아해 상대적으로 경제‧경영이나 인문 쪽은 접하지 못했다” 며 “이번 기회를 통해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9일까지 독서스터디는 <넛지>, <그들의 성공엔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 <목민심서>를 읽고 토론했지만 저마다 기억에 남는 책은 다르다. 문수찬 씨는 “<넛지>는 드러나지 않게 상대방이나 타인을 이끄는 능력을 얘기하는 책이에요. 책에 제시한 구체적인 사례를 일상생활에서도 적용할 수 있어 기억에 남아요”라고 말했다. 최일섭 씨는 <목민심서>를 꼽았다. “대통령, 정치인, 공무원들이 왜 <목민심서>를 많이 읽으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마음 속 가치관에 대한 혼란을 느낄 때 중심을 잡아 줄 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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