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능력 향상과 문화체험·교류는 해외 연수에서 얻을 수 있는 귀한 경험이다. 해외 연수를 다녀온 뒤, 눈에 띄게 언어 능력이 향상된 친구도 있고 값진 문화 경험을 얘기하는 친구도 있다. 반면, 해외 연수를 다녀온 목적이 이루지 못해 ‘그냥 그랬다’고 말하는 친구도 종종 보인다. 성공적인 해외 연수의 나침반이 되어 줄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언어 능력 향상 
멕시코 우남 대학교(Universidad Nacional Autónoma de México) 문지윤(문과대 서문09)
“외국인 친구의 파티 초대에 무조건 응했어요”
“일단 많은 친구를 만나보려고 했어요. 집에서 할 수 있는 공부는 한국에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해외 생활 초반에는 외국친구들이 파티를 열거나 집에 초대하면 무조건 가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들의 억양은 물론, 제스처까지도 제가 비슷해지더라고요. 남미권의 친구들은 대다수가 정이 많고 낯선 이방인에게도 먼저 다가와 친구가 돼 주려고 합니다. 그런 손길을 스스로 잡는 것이 언어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본 도시샤 대학교(Doshisha University) 김기수(가명, 문과대 일문08)
“한국인과 지나치게 몰려다녔죠”
“일본에는 한국인 학생이 많은 파견 대학이 있어요. 해외에서 한국인 친구들은 때론 위로가 대고 공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과 몰려다니게 될 경우, 어느 순간 해외연수 목적이 사라지기도 해요. 유학 초기에 한국인 친구들과 장을 보러 가거나 밥을 자주 먹다 보니 어느새 한국인 친구들하고만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그럴 땐, 스스로 이곳에 왜 왔는지에 대한 이유를 돌이켜 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한국인 친구들에게서 멀어지기보다 그들과 함께 현지 친구들을 사귀고 한국의 문화를 알려주는 기회를 갖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해외여행
영국 아스톤 대학교(Aston University) 김수환(정경대 통계05)
“저렴한 호스텔에서 비싼 경험을 만나세요”
“비용이 부담스러워 쉽게 여행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저의 호스텔 여행에 대한 경험을 공유해보고 싶어요. 호스텔은 저렴한 숙박시설로 방, 화장실, 키친 등을 여러 명이 함께 공유하며 숙박을 합니다. 저는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현지인 또는 외국 여행객들과 부대끼며 여행을 즐겼어요. 호스텔 주변 펍이나 바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들과 대화하고 맥주를 마시며 유럽인들의 관심사인 축구부터 연애 고민까지 소소한 얘기를 나누는 것에 더 큰 흥미를 느꼈어요. 이런 여행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생각, 문화, 삶의 방식 등을 직접 배우고 공유할 수 있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UC Davis) 이경석(가명, 경영대 경영06)
“지나친 익숙함은 게으름을 불러오더군요”
“교환학생은 분명 해외문화 경험의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기회를 잡지 못해 지금도 많은 아쉬움을 느낍니다. 돌이켜보니 그 기회를 잡지 못한 이유는 ‘게으름’ 한 가지였던 것 같아요.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처음엔 미국의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져 사소한 것에서도 흥미를 느꼈어요. 그런데 몇 달이 지나니 그 낯설음과 설렘이 익숙함으로 변해 결국은 안주하게 되더라고요. 그 뒤로는 집에서 늦게 일어나거나, 출석 체크를 하지 않는 수업은 결석하고, 학교에 갈 일이 없으면 집에서 나오지 않는 태만한 삶이 지속됐어요. 이런 식으로 삶이 나태해지니 어느새 해외에 나온 이유가 사라지고 나중엔 어느 일 하나 제대로 손에 잡히질 않더라고요”

친구 사귀기
프랑스 그랑제꼴(Grandes écoles) 한석현(가명, 문과대 불문08)
“만국 공통의 취미생활을 공유해보세요”
“저는 단 6개월 만이라도 관광객이 아닌 그 지역의 ‘로컬’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소망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학기가 시작되는 9월 초 교내의 축구부에 가입해 활발한 활동을 했습니다. 이렇게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친구가 된 이들과 함께 유럽 각지를 여행하고, 프랑스의 각 지방을 돌아다녔어요. 친구의 할아버지 댁인 시골에 머무르며 여행지로는 쉽게 가지 못할 고장들을 두루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자처하여 동아리 활동을 찾아다니는 적극적인 태도로 프랑스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습니다. 그랑제꼴에서 만난 동갑내기 프랑스인 친구는 지금 한국에서 교환학생과 인턴을 하며 2년째 거주 중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한국인 친구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최고의 친구가 됐어요”

살라망카 대학(Universidad de Salamanca) 김혜미(가명, 문과대 서문09)
“원숭이라는 말에 상처받지 마세요”
“한국에도 인종차별이 존재하듯 스페인에서도 인종차별이 있었습니다.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칠 때 때로는 동양인을 비하하며 ‘원숭이’라고 놀릴 때가 있어요. 운이 나쁘게도 이런 일이 반복되니 어느 순간 스페인 사람들을 미워하고 그 공간을 미워하게 되더라고요. 인종차별을 하는 것은 소수의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마음이 닫히니 스페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기가 쉽지 않아졌어요. 다른 대부분의 한국인 친구들은 장난기 많은 젊은이가 그냥 하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잘 지냈어요. 하지만 저는 한번 사람에 데고 나니 인종차별 하는 것을 넘겨듣지 못해, 스페인에 있는 동안 많은 친구를 사귀지를 못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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