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13일 양일 간 취재차 경희대 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중앙박물관에서는 대학 연합전시회가 진행 중이었고, 7개 대학 유물이 한 자리에 모인 전시회를 보기란 매우 드물기에 의미도 있는 전시회였다. 이틀 동안 같은 장소를 찾았지만 그 곳에서 단 한 명의 대학생도 마주치지 못했다. 평일이라고 해도, 이곳이 영화관이었다면 아마 고개를 돌리면 쉽게 대학생들을 발견했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닮은 문화생활을 공유한다. 음악, 영화, 연극은 문화생활의 공통분모가 됐다. 그 안에서도 인기차트의 순위에 오른 음악을 듣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를 보며 동일한 문화를 소비한다. 이는 물론 대중문화의 특징에서 비롯된 현상이지만, 우리의 문화생활 속에서 대중문화를 제외한다면 무엇이 남을까.

박물관에 가는 일은 마치 우리에게 숙제를 지우는 일과 같다. 고리타분하고 낡은 물건 속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하고, 이해해야 하고, 설명이 있다면 적어야만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든다. <박물관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의 저자 성혜영 씨는 ‘박물관은 유물의 무덤이 아니라 그 속의 유물들이 나날이 살아가는 집이다. 내가 그 곳에 가는 이유는 위대한 유물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곳은 행복할 때나 슬플 때 불현듯 찾아가는 내 친구의 집이다’고 적었다. 박물관과 우리 사이의 거리를 생각하건데, 결코 동의하기 쉬운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한번쯤 획일적 소비적인 문화생활에 익숙해진 우리를 뒤돌아볼 때면 동의를 건넬 필요가 느껴진다. 새로운 문화생활은 점점 경직되고 일률적인 사고, 가로막힌 생각을 환기할 계기가 될 것이다. 박물관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박물관으로 산책가보는 건 어떨까. 박물관은 마음의 거리만큼 먼 곳에 있지 않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