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고대신문 1710호는 유난히 신문의 내용이 빈약한 듯 보인다. 상대적으로 여러 중요한 소재들이 신문지면상에 보이지 않는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지만, 기사에서도 단순 사실 나열 외에 왜 이것이 고대신문에 현 시점에 실려야 한다고 생각했는지에 대한 기자와 데스크의 고민이 행간에 잘 읽히지 않는다.

이번 주 수능이 끝나고 수시철로 수업 휴강과 수시 아르바이트로 학내가 소란했다. 얼마 전에는 중앙일보 대학평가 논란이 있었고 다소 민감한 사안이긴 하지만 사제 간, 동기간 성추행 사건으로 고대 내가 떠들썩하다. 각 단과대 학생회 선거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새로운 개념이 1면에 제시할 만큼 중요했다면, 단지 한국의 이주 역사를 설명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 점은 용두사미가 아니었을까. 한국 사회와 고대생에게 어떤 담론을 제시할 것인지 대한 고민이 기사의 행간에 더 묻어나왔다면 좋았을 듯 하다.

1면의 DSC-KU펀드 소개는 SRI-사회책임투자,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이 경제민주화의 화두와 함께 부각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적절한 시도 및 보도(고려대와 고대신문 모두)였다고 생각된다. 다만, 설립취지가 높게 평가되는 만큼 그 투자 대상 기업들에 대한 분석과 이런 투자 시도가 어떤 맥락에서 시도되었는지가 소개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 현재 이화여대 등 대학들의 투자금이 대부분 대부업체에 들어가 있어서 문제시 되고 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 문제와 비교해서 제시해도 좋았을 듯하다. 신문의 서두인 1, 2면에는 큰 의미가 함축되지 않은 그림 자료보다는 중요 사안에 대한 심층 분석이 제시되었다면 더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2면의 대자보 관련 기사도 사진을 시대별로 제시한 것은 흥미로우나 무엇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지가 명확하지 않다. 대자보의 추억인지, 현 상황에 대한 비판인지, 바람직한 방향의 제시인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되 대자보 문화의 장점이 보충되는 방향’라는 끝맺음도 애매하다.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면 어렴풋이 느꼈을 수도 있지만 기사로 옮기는 과정에서 탈락되지 않았나 싶다. 또한 대자보 문화의 장점이 기사에서 제대로 서술되지 않았다. 편집 과정에서 왜 이 소재를 취재 대상으로 골랐는지 한 번 더 고민해주길 바란다.

또한 8면의 ‘해외 한민족을 통일의 발판으로 삼아야’의 인터뷰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지지 않았다. 여러 학문을 통섭해 제시된 새로운 개념 및 해결책이 고무적인데 그렇기에 추상적인 단어와 기존 개념의 재해석이 많은 데 이에 대해 기자가 그때그때 적절한 피드백으로 용어를 풀어 설명하도록 했다면 좋았으리라 생각된다. 단순히 글로 접하는 것이 아니라 굳이 인터뷰를 하는 까닭은 독자의 눈높이에 더욱 근접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기자란 단순히 사건을 전달하는 중계자가 아니며 사실을 전달하는데 의미를 찾아서는 안 된다. 이 소재의 어떤 점이 독자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혹은 사회 문제라고 생각되는 지, 또는 어떤 담론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주체의식이 아쉽다. 학내외의 소식을 더 자세히 들려주는 고대신문이 되었으면 한다.

이유진(경영대 경영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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